"좋아, 딱 한 판만 더."
자정에 한 번, 그리고 새벽 2시에 또 한 번... 뱀파이어 크롤러(Vampire Crawlers)에 빠진 이후 매일같이 중얼거리는 말입니다. 픽셀로 이루어진 이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저를 끌어내려면 군대라도 동원해야 할 것 같은 밤들이 있습니다. 인디 로그라이크 게임인 '뱀파이어 서바이버즈(Vampire Survivors)'의 덱 빌딩 스핀오프인 이 작품은 원작만큼이나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익숙함과 신선함을 1인칭 던전 탐험 어드벤처라는 틀 안에 멋지게 담아냈습니다.
개인적으로 '뱀파이어 크롤러'가 전작의 분위기와 캐릭터, 그리고 레트로한 비주얼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이는 도입부 컷신에서부터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전작의 캐릭터가 '광기 서린 숲(Mad Forest)'에서 몰려오는 적들을 쿼터뷰(아이소메트릭) 시점으로 막아내다가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의 1인칭 시점으로 전환되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단 한 마디의 말도 없이, 시점이 바뀌었을 뿐 이 게임의 본질은 여전히 의심의 여지 없는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선포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