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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ming Notes

리라초 셔틀, 그 이상의 풍경: 한남-옥수-금호를 잇는 노란 다리

며칠 전, 아이 셔틀 시간표를 보다가 문득 감탄이 나왔다. 리라초 한남/옥수/금호행 등교 셔틀 노선 말이다. UN빌리지에서 시작해 한남더힐, 한남하이츠, 옥수극동, 옥수삼성, 금호대우, 금호두산까지, 용산 독서당로에서 성동구 독서당로를 따라 촘촘하게 늘어선 아파트들을 마치...

며칠 전, 아이 셔틀 시간표를 보다가 문득 감탄이 나왔다. 리라초 한남/옥수/금호행 등교 셔틀 노선 말이다. UN빌리지에서 시작해 한남더힐, 한남하이츠, 옥수극동, 옥수삼성, 금호대우, 금호두산까지, 용산 독서당로에서 성동구 독서당로를 따라 촘촘하게 늘어선 아파트들을 마치 목걸이처럼 꿰고 있었다. 마치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압축해 놓은 듯한 풍경에 잠시 넋을 놓고 바라봤다.

셔틀 노선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셔틀의 시작점인 UN빌리지와 한남더힐에서는 과연 누가 셔틀을 탈까? 아이들은 노란색 셔틀 대신 노란색 람보르기니를 타고 등교할 것 같은 이미지가 스쳐 지나간다. 문득 '엘리베이터만 타면 셔틀 탑승'이라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어느 고급 아파트의 존재가 궁금해졌다. 혹시 '그곳'일까? 20억은 가볍게 넘는다는 그곳?

셔틀 노선은 또한 개발과 보존이라는 서울의 숙제를 보여주는 듯하다. 낡은 아파트와 고급 아파트가 공존하는 풍경, 뉴타운이나 신도시처럼 깔끔하게 정돈되지 않은 채 전깃줄이 늘어진 거리 풍경은 어딘가 모르게 정겹다. 셔틀 버스가 서울의 다양한 얼굴을 담아내는 작은 창문처럼 느껴졌다.

셔틀 노선에 대한 짧은 상념에서 벗어나, 아내와 함께 파주 나들이를 다녀왔다. 의정부 본가에 아들을 맡기고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자유로를 따라 달리며 맛있는 등심을 먹었는데, 에이징 기술에 특허를 냈다는 사장님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육아에 지친 아내와 함께 떠난 드라이브는 마치 오랜만에 맡는 향긋한 커피 향처럼 달콤했다. 셔틀 버스에서 시작된 생각은 결국 소소한 일상의 행복으로 이어졌다. 서울의 풍경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 이 모든 것이 리라초 셔틀 노선처럼 아름답게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