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아직 정신이 없다.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할머니 손에 자랐지만, 사실 할머니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내 기억 속 할머니는 늘 밤늦도록 화월당에서 과자 반죽을 빚고 계셨다. 우리 외가는 대대로 ‘화월당’이라는 화과자점을 운영했는데, 특이하게도 심야 시간에만 문을 열었다. 그래서 낮에는 잠을 주무시고, 점심쯤 일어나시는 할머니 때문에 혼자 아침을 챙겨 먹는 일이 잦았다. 그런 할머니가… 1억이나 되는 빚과 함께 유서를 남기고 가셨다니…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유서에는 간략하게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연화에게. 화월당에 네가 필요한 것을 두고 가마. ‘그것’을 받으면 1억 빚도 갚을 수 있을 게다. 대신, 조건이 있단다. 1. 최소 한 달은 반드시 화월당을 직접 운영해야 한다. 2. 밤 12시 이전에 화월당 문을 닫으면 안 된다. 3. 절대로 레시피를 바꾸면 안 된다. 4. ‘그것’을 찾으면 알게 될 것이다." 뭐라고? 1억 빚은 어떻게 생긴 건지, ‘그것’이 대체 뭔지, 그리고… 왜 하필 한 달 동안 화월당을 운영해야 하는 건지… 의문투성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단 한 번도 화월당 운영에 대해 이야기해주신 적이 없었다. 심지어 화월당의 레시피조차 몰랐다. 나는 그저 할머니가 만드시는 화과자를 먹는 것만으로 만족했던 손녀였다.
화월당은 어두컴컴한 골목에 자리 잡고 있어 낮에는 그냥 낡은 건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밤이 되면 은은한 조명과 달콤한 향기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고 한다. 할머니는 왜 밤에만 화월당을 운영하셨을까? 그리고 1억이나 되는 빚은 도대체 어디서 생긴 걸까? 유서에 적힌 ‘그것’이 뭘까… 그리고 그 ‘것’을 찾으면 정말 빚을 갚을 수 있을까? 두려움과 호기심이 뒤섞인 복잡한 심정으로 화월당 문을 열었다. 어둠 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무엇일까. 할머니의 유서에 적힌 조건을 지키며 한 달 동안 화월당을 운영하면서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 이 낡은 화과자점에 감춰진 비밀, 그리고 할머니의 1억 빚… 이 모든 것을 밝혀내야만 한다. 이제부터, 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