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으로

Programming Notes

백일몽

어릴 적, 맨발로 뛰어놀던 시절부터 늘 함께였던 친구가 있었다. 수어지교라 할 만큼, 우리는 서로에게 늘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대학교에 들어서면서 그는 변하기 시작했다. 기독교에 심취한 것이다. 처음엔 힘든 시기를 보내는 그에게 종교가 하나의 위안이자 기댈 곳이...

어릴 적, 맨발로 뛰어놀던 시절부터 늘 함께였던 친구가 있었다. 수어지교라 할 만큼, 우리는 서로에게 늘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대학교에 들어서면서 그는 변하기 시작했다. 기독교에 심취한 것이다. 처음엔 힘든 시기를 보내는 그에게 종교가 하나의 위안이자 기댈 곳이 된 것이라 생각했다. 마치 깊은 어둠 속에서 작은 불빛을 찾은 것처럼 말이다. 그의 삶에 종교가 스며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름대로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 순간, 나의 이해를 넘어서는 지점에 도달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이야기는 달라졌다. 예전처럼 장난스럽고 가벼운 일상의 이야기는 사라지고, 꿈과 개혁, 그리고 믿음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처음엔 그의 열정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점점 불편함이 커져갔다. 그의 눈빛은 예전과 달랐고, 그의 말투는 나를 압도하는 듯했다.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마치 부대시참처럼, 그의 종교적 열정은 모든 것을 덮어버리려는 듯 맹렬했다. 내가 그의 삶에 더 이상 자리할 공간이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수꿀하다 싶을 정도로 그의 변화는 두려웠고, 점점 우리 사이에는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내가 알던 친구, 내가 사랑했던 친구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물론 그의 믿음을 존중한다. 하지만 예전의 우리, 수어지교였던 우리의 관계는 이미 잃어버린 듯하다. 어쩌면 이것은 나의 좁은 시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내 마음속에는 그와 함께했던 옛 추억과, 점점 멀어져 가는 그에 대한 애틋함, 그리고 씁쓸함만이 남았다. 그의 새로운 삶을 진심으로 축복하지만, 나에게 남은 것은 가슴 한켠에 맺히는, '백일몽'처럼 덧없는 그리움뿐이다. 어쩌면 이것은 나의 자업자득일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관계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여전히 그를 놓지 못하고, 멀리서 그의 행복을 바라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