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슈트(G-suit)는 항공기 조종사나 우주 비행사가 고중력(고G) 환경에서 의식 상실을 방지하기 위해 착용하는 특수 비행복이다. 정식 명칭은 내중력복(耐重力服, Anti-G suit)이며, 한국 공군에서는 '내중력복'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개요
전투기가 급선회, 급상승, 급하강 등 고기동을 수행할 때 조종사의 몸에는 수 배의 중력가속도(G-force)가 가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혈액이 하체로 쏠리면 뇌로 가는 혈류가 부족해져 시야가 좁아지는 그레이아웃(gray out), 시력을 완전히 잃는 블랙아웃(black out), 나아가 G-LOC(G-induced Loss of Consciousness, 중력 유발 의식 상실)이 발생할 수 있다. g-슈트는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하체와 복부를 압박하여 혈액이 하체에 쏠리는 것을 억제하는 장비이다.
구조와 작동 원리
g-슈트는 일반적으로 비행복 위에 덧입는 방식으로 착용한다. 하의(Anti G-Suit)에는 5개의 공기 주머니(블래더)가, 상의(Chest G-Suit)에는 3개의 공기 주머니가 내장되어 있다. 전투기로부터 공급되는 압축 공기가 G값에 비례하여 이 주머니들을 팽창시키며, 이를 통해 복부, 허벅지, 종아리를 압박하여 혈액이 하체로 쏠리는 것을 방지한다.
현대의 g-슈트는 듀폰사의 노맥스(Nomex) 또는 아라미드(Aramid) 섬유 소재로 제작되며, 360도의 고온에서도 타지 않는 내화 특성을 가진다. 슈트의 재봉선은 세로 방향으로 되어 있어 접힘을 방지한다.
역사
g-슈트의 개념은 제1차 세계대전 중 전투기 조종사들이 급기동 중 의식을 잃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대두되었다. 1941년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의 윌버 R. 프랭크스(Wilbur R. Franks)가 최초의 액체식 g-슈트를 개발하였고, 던롭(Dunlop)사에서 이를 제조하여 1942년 북아프리카 작전(Operation Torch)에서 처음 실전 운용되었다.
같은 시기 호주 시드니 대학교의 프랭크 코튼(Frank Cotton) 교수는 가스(공기) 방식의 g-슈트를 개발하였다. 코튼의 설계는 현대 공기식 g-슈트의 기본 원리로 채택되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의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1943년 미군 최초의 G-1 압력 구배 슈트(GPS)를 개발하였다.
한계와 보완
g-슈트는 G 내성을 약 1G 정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으나, 조종사가 복근과 하체 근육을 긴장시키는 G 스트레이닝 기법(AGSM, Anti-G Straining Maneuver)과 L-1 호흡법을 병행하지 않으면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현대 전투기(F-15, F-16, F/A-18, 유로파이터 타이푼 등)는 9G 이상의 기동이 가능하므로, g-슈트와 조종사의 체력 훈련이 함께 요구된다.
활용 분야
- 군용 항공: 전투기, 공격기 등 고기동 항공기 조종사에게 필수 장비이다. 수송기나 회전익기(헬리콥터) 조종사는 일반적으로 착용하지 않는다.
- 우주 비행: 우주 비행사도 발사 및 대기권 재진입 시의 중력 가속도에 대비하여 유사한 원리의 장비를 착용한다.
- 레드불 에어레이스: 2009년 시즌부터 액체식 전신 G 보호 시스템인 G-레이스 슈트(G-race suit)를 사용하고 있다.
기타
g-슈트는 약 1,000회 비행 후 교체되며, 손상 시 수리하지 않고 즉시 폐기한다. 항공장구 정비사가 직접 손세탁하여 관리한다. 의료 분야에서는 g-슈트의 원리를 응용한 쇼크 팬츠(MAST, Military Anti-Shock Trousers)가 출혈성 쇼크 환자의 응급 처치에 사용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