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트레드밀(VR Treadmill)은 가상현실(VR) 환경에서 사용자가 한 장소에 물리적으로 머무르면서도 360도 전 방향으로 걷거나 뛰는 등 보행 동작을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기계 장치이다. 학술 용어로는 전방향 트레드밀(Omnidirectional Treadmill, ODT)이라고도 불린다. 일반적인 운동용 트레드밀(러닝머신)이 단일 방향(전후)으로만 이동을 지원하는 반면, VR 트레드밀은 사용자가 방향 전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작동 원리
VR 트레드밀은 크게 수동형(Passive)과 능동형(Active)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수동형(passive) 방식은 오목한 저마찰(low-friction) 표면 위에서 사용자가 특수 신발을 신고 발을 미끄러뜨리며 걷는 구조이다. 발을 내딛으면 표면의 경사와 낮은 마찰로 인해 발이 다시 중앙으로 돌아오며, 허리나 상체를 고정하는 하네스(harness)가 사용자의 균형을 유지해준다. 신발이나 하체에 부착된 센서가 발의 움직임, 보폭, 속도를 감지하여 VR 콘텐츠에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Virtuix Omni, KAT Walk, Cyberith Virtualizer 등이 있다.
능동형(active) 방식은 모터로 구동되는 보행 표면 자체가 움직여 사용자를 중앙에 유지시킨다. 다수의 좁은 트레드밀 벨트(unit segment)를 직교 방향으로 배열하여 X축과 Y축 방향의 움직임을 각각 독립적으로 생성한다. 사용자가 중앙에서 벗어나면 표면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사용자를 다시 중앙으로 되돌린다. 특수 신발이 필요하지 않으며 자연스러운 보행 자세에 더 가깝지만, 기계적 복잡성과 비용이 높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Infinadeck, CyberWalk 등이 있다.
역사
전방향 트레드밀의 개념은 1990년대 가상환경을 위한 보행 인터페이스 연구에서 시작되었다. 1997년, Rudy P. Darken, William R. Cockayne, David Carmein이 ACM UIST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 "The Omni-Directional Treadmill: A Locomotion Device for Virtual Worlds"에서 최초로 학술적으로 정립되었다. 이 연구는 미 육군의 보병 훈련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수행되었다. 같은 시기 일본 쓰쿠바 대학의 Iwata 연구진은 Torus Treadmill을 개발하여 1999년 IEEE Computer Graphics and Applications에 발표하였다.
상업용 제품으로는 2013년 Virtuix 사가 Kickstarter 캠페인을 통해 Virtuix Omni를 대중에 소개하였고, 약 110만 달러를 모금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KAT VR(중국), Cyberith(오스트리아), Infinadeck(미국) 등 여러 기업이 다양한 방식의 VR 트레드밀을 출시하였다.
활용 분야
VR 트레드밀은 주로 가상현실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에서 사용자의 이동을 구현하는 데 사용된다. 이 외에도 군사 훈련(보병 전술 훈련, 사격 훈련), 소방 및 경찰 훈련, 의료 재활(보행 훈련), 교육(대학 XR 센터), VR 피트니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주)리앤팍스가 Virtuix의 한국 공식 총판으로서 군·경찰, 대학, 관공서 등에 납품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 누믹스 미디어웍스도 자체 기술로 '퀀텀 VR 트레드밀'을 개발한 바 있다.
한계와 과제
VR 트레드밀은 높은 몰입감을 제공하지만, 몇 가지 한계가 있다. 능동형 장치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높은 비용과 큰 설치 면적이 필요하다. 수동형 장치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특수 신발과 하네스 착용이 필요하고, 미끄러지는 보행감이 실제 보행과 차이가 있다. 또한 사용자의 적응 시간이 필요하며, 층간 소음 문제(특히 아파트 문화가 보편적인 한국)도 대중화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이로 인해 VR 트레드밀은 2020년대 중반 현재 일반 소비자 시장보다는 상업용 체험 시설, 전문 훈련 기관, 연구 목적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