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2 HMS 허미즈(HMS Hermes)는 영국 해군이 운용한 재래식 동력의 경(輕)항공모함으로, 센타우르급(Centaur-class) 항공모함의 4번함이자 동급의 마지막 함선이다. 1959년부터 1984년까지 영국 해군에서 운용되었으며,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군의 기함(旗艦)으로 참전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건조 배경 및 과정
본 함의 원래 함명은 "코끼리"를 뜻하는 HMS 엘리펀트(HMS Elephant)였다. 제2차 세계 대전 중이던 1944년 6월 21일, 비커스-암스트롱(Vickers-Armstrong) 사에 의해 용골이 놓였으나, 1945년 전쟁 종전과 함께 건조 공사가 중단되었다. 1945년 11월, 함명은 그리스 신화의 신 헤르메스(Hermes)의 이름을 딴 허미즈로 변경되었고, 1952년 건조가 재개되어 1953년 2월 16일 진수되었다. 이후 대대적인 개장(경사갑판, 증기 캐터펄트, Type 984 3차원 레이더 등 설치)을 거쳐 1959년 11월 25일 영국 해군에 정식 취역하였다. 건조 시작부터 취역까지 약 15년이 소요되었다.
제원
- 만재 배수량: 약 28,700톤
- 전장: 226.9m (스키점프대 설치 후)
- 전폭: 43.9m (갑판)
- 흘수: 8.5m
- 추진: 아드미랄티 3 Drum 보일러 4기, 기어 증기터빈 2축, 76,000마력
- 최대 속력: 28노트 (약 52km/h)
- 항속 거리: 18노트(약 33km/h) 항해 시 13,000km
- 승무원: 약 2,100명
- 무장: 보포스 40mm 대공포 10문 → 이후 Sea Cat 대공 미사일 발사기 2기로 교체
운용 역사
취역 초기에는 슈퍼마린 시미터(Scimitar), 드하빌랜드 시빅슨(Sea Vixen), 페어리 가넷(Gannet) 등 고정익 항공기를 운용하였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에는 핵폭탄(Red Beard) 투하 임무를 부여받아 3일간 최고 경계 태세를 유지한 것으로 기록된다.
1960년대 후반 영국 해군의 고정익 항공모함 운용 축소 정책에 따라, 1971년부터 1973년까지 대대적인 개장을 통해 강습상륙함(Commando Carrier)으로 전환되었고, 이후 대잠항모(ASW Carrier)로도 운용되었다. 1980년부터 1981년 사이에는 포츠머스에서 추가 개장을 받아 12° 스키점프대를 설치하고 BAe 시 해리어(Sea Harrier) 단거리 이착륙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는 V/STOL 항모로 재탄생하였다.
포클랜드 전쟁 (1982년)
1982년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제도 침공 이후, HMS 허미즈는 영국 해군 기함으로서 포클랜드 전쟁에 투입되었다. 당시 항공단은 16대의 시 해리어 FRS.1, 10대의 RAF 해리어 GR.3, 그리고 10대의 시 킹(Sea King) 헬리콥터로 구성되었다. 전쟁 중 16기의 핵심부 폭탄을 탑재한 채 출항하였다가 전쟁 중반 제거된 사실이 2005년 영국 국방부 문서를 통해 확인되었다.
이후 경과
포클랜드 전쟁 후 1984년 4월 12일 영국 해군에서 퇴역하였다. 1986년 인도 해군에 매각되어 INS 비라트(INS Viraat, 페넌트 번호 R22)로 재취역하였으며, 인도 해군에서 2017년 3월 6일 퇴역할 때까지 약 30년간 운용되었다. 이후 박물관으로 보존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성사되지 못하고, 2020년부터 인도 알랑(Alang)의 해체 조선소에서 해체가 진행되었다.
의의
HMS 허미즈(R12)는 제2차 세계 대전 중 건조가 시작되어 2021년 해체가 완료되기까지 약 77년간 존재한 선박으로, 영국 해군과 인도 해군을 합쳐 60년 가까이 현역으로 운용된 기록을 가지고 있다. 동형함 중 가장 대대적인 개장을 거친 함선이기도 하며, 포클랜드 전쟁 당시 영국 해군 작전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