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R 역설은 193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보리스 포돌스키(Boris Podolsky), 네이선 로젠(Nathan Rosen)이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에서 제기한 사고 실험을 중심으로 한 양자역학의 해석에 관한 철학적·물리적 문제를 지칭한다. 세 사람은 이 논문에서 양자역학의 완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상태에 있는 두 입자 사이의 비국소적(non-local) 상관관계가 직관적인 실재성과 국소성의 원리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는 이후 "EPR 역설(Einstein-Podolsky-Rosen paradox)"로 알려지게 되었다.
EPR 역설의 핵심은,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입자가 얽힌 상태일 때, 한 입자의 상태를 측정하면 다른 입자의 상태가 즉각적으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나타난다. 이는 국소 실재론(local realism), 즉 물리적 효과가 빛의 속도를 초과하여 전파될 수 없다는 상대성 이론의 원칙과, 물리적 양이 측정되기 전에도 존재해야 한다는 실재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에 대한 논의는 1960년대 존 스튜어트 벨(John Stewart Bell)이 벨의 부등식(Bell's inequality)을 제시하면서 수학적으로 검증 가능한 형태로 발전하였다. 이후 여러 실험(예: 아스페르의 실험 등)을 통해 벨의 부등식이 위배되며, 국소 실재론과는 양립할 수 없는 결과가 반복 관측됨으로써, EPR이 예측한 "완전한 이론"이 아닌 양자역학의 비국소적 성격이 지지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 양자정보과학에서는 EPR 역설에서 출발한 얽힘 현상이 양자 억세스(quantum teleportation), 양자 암호화, 양자 컴퓨터 등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EPR 역설은 양자역학의 철학적 기초를 탐구하는 데 중요한 사례로 여겨지며, 과학철학 및 이론물리학의 교차점에서 계속해서 논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