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DNA 추출(DNA extraction)은 세포나 조직으로부터 디옥시리보핵산(DNA)을 분리·정제하는 실험적 기법이다. 1869년 스위스의 생화학자 프리드리히 미셔(Friedrich Miescher)가 백혈구에서 핵산을 최초로 분리한 데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으며, 현재는 분자생물학, 유전공학, 법의학, 진단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상적으로 수행되는 기본 절차이다.
기본 원리
DNA 추출의 핵심 원리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구성된다.
첫째, 세포 파쇄(lysis) 단계에서는 세포막과 핵막을 분해하여 세포 내부의 DNA를 용액 중으로 유리시킨다. 동물세포의 경우 계면활성제인 SDS(sodium dodecyl sulfate)를 처리하여 세포막의 인지질 이중층을 분해하며, 식물세포나 세균처럼 세포벽을 가진 생물의 경우 라이소자임(lysozyme) 등의 효소나 물리적 마쇄(磨碎)를 병행한다.
둘째, 단백질 제거 단계에서는 DNA에 결합된 히스톤 단백질 및 기타 단백질을 제거한다. 이를 위해 프로테이나제 K(proteinase K)와 같은 단백질 분해효소를 처리하거나, 페놀-클로로포름 혼합액을 이용한 유기용매 추출법으로 단백질을 변성·분리한다.
셋째, DNA 침전 및 회수 단계에서는 에탄올 또는 이소프로판올을 첨가하여 DNA를 침전시킨다. DNA는 알코올에 불용성이므로, 나트륨 이온(Na⁺) 등 양이온 존재 하에서 흰색의 실타래 형태로 응집된다. 이후 원심분리를 통해 DNA 펠릿(pellet)을 회수하고, TE 완충용액(Tris-EDTA buffer) 또는 초순수에 재용해하여 보관한다.
주요 추출 방법
유기용매 추출법(Organic Extraction)
페놀-클로로포름 추출법이라고도 불리며, 액체-액체 추출(liquid-liquid extraction) 원리를 이용한다. 페놀과 클로로포름의 혼합액을 시료에 첨가한 후 원심분리하면 수용액층(상층)과 유기용매층(하층)으로 분리되며, DNA는 상층의 수용액층에 남고 변성된 단백질은 중간층 또는 유기용매층으로 제거된다. 이 방법은 높은 순도의 DNA를 얻을 수 있으나, 페놀과 클로로포름이 유독성 시약이므로 취급에 주의가 필요하다.
고체상 추출법(Solid-Phase Extraction)
실리카(silica) 막이나 실리카 비드에 DNA가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성질을 이용한 방법이다. 카오트로픽 염(chaotropic salt) 존재 하에서 DNA는 실리카 표면에 흡착되고, 에탄올 세척을 통해 불순물을 제거한 후 저염 완충용액으로 DNA를 용출(elution)한다. 이 방법은 단일 튜브 내에서 전 과정이 이루어져 오염 위험이 낮고 자동화가 용이하여, 현재 다수의 상용 DNA 추출 키트가 이 원리를 채택하고 있다.
Chelex 추출법
Chelex-100 수지를 이용한 방법으로, 금속 이온을 킬레이트(chelate)하여 DNA 분해효소(DNase)의 활성을 억제함으로써 DNA를 보호한다. 절차가 간단하고 신속하여 법의학적 시료 분석 등에 유용하나, 장기 보관에는 적합하지 않다.
특수 시료에서의 추출
시료의 종류에 따라 특화된 추출 기법이 요구된다. 플라스미드 DNA(plasmid DNA)는 세균의 염색체 DNA에 비해 크기가 작고 초나선(supercoiled) 구조를 가지므로, 알칼리 용해법(alkaline lysis)을 통해 비교적 쉽게 분리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 DNA나 바이러스 에피솜(episome)과 같은 염색체 외 DNA는 Hirt 추출법을 통해 고분자량의 핵 DNA를 선택적으로 제거한 후 분리한다. 토양, 분변, 식물 조직 등 PCR 저해 물질이 다량 포함된 시료의 경우, CTAB(cetyltrimethylammonium bromide)를 이용한 추출법이나 전용 정제 키트가 사용된다.
DNA의 검출 및 정량
추출된 DNA의 존재 확인과 정량을 위해 여러 방법이 사용된다. 디페닐아민(DPA) 지시약은 DNA의 데옥시리보스 당과 반응하여 청색 화합물을 생성하므로 DNA 특이적 검출이 가능하다. 분광광도계를 이용하여 260nm와 280nm 파장에서 흡광도를 측정하면 DNA의 농도와 순도를 평가할 수 있으며, 260/280nm 흡광도 비율이 약 1.8일 때 순수한 DNA로 간주된다. 또한 아가로스 겔 전기영동(agarose gel electrophoresis)을 통해 DNA의 크기와 무결성을 확인하고, 브로민화 에티듐(EtBr) 등의 형광 염색약으로 염색하여 알려진 농도의 DNA 마커와 비교함으로써 정량할 수 있다.
응용 분야
DNA 추출은 중합효소 연쇄 반응(PCR), DNA 서열 분석(sequencing), 유전자 클로닝(cloning), 제한효소 절편 길이 다형성(RFLP) 분석, 법의학적 DNA 지문 분석, 유전자 변형 생물(GMO) 검출, 감염성 질환의 분자진단 등 현대 생명과학의 거의 모든 분자생물학적 응용의 출발점이 되는 필수 기법이다.
참고문헌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DNA 과학체험 KIT」 관련 자료.
- Chomczynski, P. & Sacchi, N. (1987), "Single-step method of RNA isolation by acid guanidinium thiocyanate-phenol-chloroform extraction", Analytical Biochemistry, 162(1): 156–159.
- Thermo Fisher Scientific, Genomic DNA Extraction Technical Resources.
-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미량혈액검체에서 DNA 추출법의 비교」, Journal of Laboratory Medicine and Quality Assurance, 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