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D 포위망(ABCD包圍網)은 제2차 세계 대전 중이던 1941년, 동아시아에 이권을 갖고 있던 국가들이 일본 제국에 대해 시행한 무역 봉쇄 조치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이는 일본 제국이 자국의 남방 진출을 대내외적으로 합리화하기 위해 사용한 선전(프로파간다) 명칭으로, 실제로는 연합국 측의 대일 경제 제재를 지칭한다.
어원
ABCD는 미국(America), 영국(Britain), 중화민국(China), 네덜란드(Dutch)의 영어 국호 첫 글자를 조합한 두문자어이다. 일본 제국은 자국이 국제 연맹을 이탈하고 중일 전쟁을 일으키는 등 연속적인 침략 전쟁을 수행한 결과로 제재를 받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서구 열강과 중국이 일본을 포위하여 압박하고 있다는 인식을 조성하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하였다.
역사적 배경
1940년, 미국은 일본 제국에 대한 석유 금수 조치와 철강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하였다. 이로 인해 중일 전쟁 및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침공을 수행 중이던 일본 제국은 전쟁 수행에 필요한 전략 물자 부족으로 인해 경제적 고립에 빠지게 되었다.
1941년 9월에 열린 일본의 어전회의에서는 미국 및 영국과의 외교 교섭을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하는 한편, 1941년 11월 미국 측에 타협안을 제시하면서 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군의 중국 대륙 철수, 삼국 동맹 조약(독일·이탈리아·일본) 폐기,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는 충칭 국민정부 이외의 정권을 승인하지 말 것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헐 노트(Hull Note)를 일본 측에 제시하였고, 협상은 결렬되었다.
이후 일본 제국은 1941년 12월 7일(현지 시각)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였고, 이는 태평양 전쟁의 발발로 이어졌다.
평가
ABCD 포위망은 일본 제국이 자국의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고, 서구 열강을 적대 세력으로 묘사하여 국민적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조작한 선전 개념으로 평가된다. 실제로는 일본의 팽창 정책에 대응한 연합국 측의 경제 제재 조치였으며, 일본을 포위하기 위해 사전에 공모된 군사적 동맹망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