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70인역(七十人譯, 그리스어: Ἡ μετάφρασις τῶν Ἑβδομήκοντα, 라틴어: Septuaginta, 약어 LXX)은 히브리어(및 일부 아람어)로 기록된 유대교 경전(타나크)을 고대 그리스어로 번역한 성경 번역본이다. 기독교에서는 구약성경의 고대 번역본이자 초대 교회에서 사용된 정경적 권위를 가진 문헌으로 간주한다.
명칭 유래 '70인역'이라는 명칭은 라틴어 'Septuaginta(70)'에서 유래했다. 이는 기원전 3세기 알렉산드리아에서 프톨레마이오스 2세 필라델포스의 명으로 70명(또는 72명)의 유대인 학자가 70일(또는 72일) 만에 번역을 완성했다는 《아리스테아스 서간》의 전승에 기초한다. 학술적으로는 로마 숫자 LXX로 표기한다.
역사적 배경 및 성립 과정
- 초기 번역(토라): 기원전 3세기 중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히브리어 모어(母語)를 잃고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유대인 디아스포라 공동체를 위해 모세오경(토라)이 최초로 번역되었다.
- 후속 번역(예언서·성문서): 기원전 2세기~기원후 1세기 사이에 예언서(네비임)와 성문서(케투빔)가 차례로 번역되었으나, 번역자, 시기, 장소는 각 권마다 상이하다.
- 개정본: 후대에 아퀼라(Aquila), 심마쿠스(Symmachus), 테오도시온(Theodotion) 등의 유대교 개정본과 오리게네스의 《헥사플라(Hexapla)》 등 기독교적 개정 작업이 이루어졌다.
내용적 특징
- 정경 범위 차이: 마소라 본문(히브리어 정경)에는 없는 외경(또는 제2경전)인 토비트, 유딧, 마카베오상·하, 지혜서, 집회서(에클레시아스티쿠스), 바룩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정교회와 가톨릭은 이 중 일부를 제2경전으로 정경화했으나, 개신교와 유대교는 외경으로 분류한다.
- 본문 차이: 마소라 본문(MT)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예레미야서는 70인역이 약 1/8 가량 짧고 장 순서가 다르며, 사무엘상·하, 열왕기상·하(70인역에서는 '왕국기' 1~4권) 등에서도 세부 본문 차이가 있다. 사해 문서 발견 이후 70인역이 당대 히브리어 사본 전승을 충실히 반영한 경우도 많음이 밝혀졌다.
- 신학적 해석: 번역 과정에서 유대교 신학적 관점(예: 신인동형동성 표현 완화, 메시아적 해석 추가 등)이 반영된 의역이 다수 보인다.
역사적 의의
- 헬라주의 유대교: 알렉산드리아를 중심으로 한 헬라어권 유대교의 신앙생활과 신학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 초기 기독교: 신약성경 저자들이 구약을 인용할 때 70인역을 주로 사용했으며, 초대 교부들의 성경 주해와 신학 용어(예: 크리스토스, 에클레시아, 디카이오시네 등) 형성의 기반이 되었다.
- 본문 비평: 히브리어 성경 본문 비평(텍스트 비평)에서 마소라 본문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고(古)사본 자료로 활용된다.
주요 사본 현존하는 주요 고사본으로는 4세기의 바티칸 사본(Codex Vaticanus, B), 시나이 사본(Codex Sinaiticus, א), 알렉산드리아 사본(Codex Alexandrinus, A) 등이 있으며, 이들을 바탕으로 한 비평판(예: Rahlfs-Hanhart 판, Göttingen Septuaginta)이 학술 표준으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