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나(Bellona)는 고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전쟁의 여신이다. 그리스 신화의 전쟁 여신 에뉘오(Enyo)와 동일시되었으며, 전쟁의 파괴적이고 잔혹한 측면을 상징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벨로나의 이름은 라틴어 'bellum'(전쟁)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보다 오래된 형태인 두엘로나(Duellona)에서 발전한 것이라는 학설이 제시되고 있다. 이 명칭의 어원 자체는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았으며, 일부 언어학자들은 'dwellus' 또는 'duellum'(전쟁)의 파생형으로 추정한다.
벨로나는 일반적으로 전투용 투구를 착용하고 검, 창, 방패를 들고 있으며, 횃불이나 채찍을 휘두르며 네 마리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전장에 나아가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녀는 전략이나 국가 정책으로서의 전쟁이 아닌, 전투의 광기와 파괴적 본능 그 자체를 구현하는 존재로 이해되었다. 이는 전쟁의 질서 있는 측면을 관장하는 신 마르스(Mars)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벨로나 숭배는 적어도 기원전 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캄파니아 지역에서 발견된 기원전 4세기의 팔각형 제기(patera)에 '벨로나이 포콜롬'(Belolai pocolom, "벨로나의 잔")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으며, 이는 벨로나의 존재에 대한 가장 이른 문헌적 증거로 간주된다.
벨로나의 주요 신전은 로마의 캄푸스 마르티우스(Campus Martius) 지역, 포메리움(도시 경계선) 밖에 위치해 있었다. 기원전 296년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 카이쿠스(Appius Claudius Caecus)에 의해 건립된 이 신전은 원로원이 전쟁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장소로 사용되었다. 특히 외국과의 전쟁 선포나 개선장군에 대한 논의가 이곳에서 이루어졌는데, 이는 지휘권(imperium)을 가진 장군들이 도시 경계를 넘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전 옆에는 전쟁 기둥(columna bellica)이 세워져 있었으며, 멀리 있는 적국에 전쟁을 선포할 때 이 기둥 너머로 창을 던지는 의식을 행했다.
벨로나의 축제는 매년 6월 3일에 열렸다. 그녀의 사제들인 벨로나리(Bellonarii)는 자신의 팔이나 다리에 상처를 내어 피를 바치는 의식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의식은 동방의 여신 키벨레(Cybele)의 사제들인 갈리(Galli)의 관행과 유사한 측면이 있으며, 벨로나가 로마 제국 후기에 동방적 요소를 흡수하면서 그녀의 숭배와 관련된 평판이 다소 부정적으로 변화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벨로나는 공화정 시기 로마에서 전쟁과 관련된 유일한 여성 신이었다. 일부 비문에는 벨로나가 마르스와 비르투스(Virtus, 용맹)와 함께 언급되기도 하였다. 고전 문헌에서는 호라티우스가 "피를 즐기는 벨로나"라고 표현했으며, 루카누스는 그녀가 "피 묻은 채찍"을 휘두르는 모습을 묘사했다.
종교적 영역 외에서도 벨로나의 도상학은 르네상스 이후 미술에서 널리 활용되었다. 렘브란트의 1633년 작품을 비롯하여 루벤스, 로댕 등 여러 예술가들이 벨로나를 주제로 한 작품을 제작하였다. 20세기에는 세계 대전 참전 용사들을 기리는 전쟁 기념비에 벨로나의 형상이 채택되는 사례가 나타났다.
벨로나는 로마 신화에서 전쟁의 파괴적 측면을 담당하는 여신으로, 그 숭배와 의식, 예술적 표현을 통해 고대 로마의 전쟁 문화와 종교적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벨로나에 대한 학술적 연구는 고고학적 발견과 고전 문헌 분석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