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시카와 모로노부(菱川師宣, 1618년 추정 – 1694년 7월 25일)는 일본 에도 시대 초기에 활동한 화가이자 판화가로, 부유한 세계의 생활과 풍속을 그린 목판화 장르인 우키요에(浮世絵)의 확립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흔히 '우키요에의 시조' 또는 '우키요에의 아버지'로 불린다.
출신과 초기 생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설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지금의 일본 지바현(千葉県) 조난정(鋸南町) 보타(保田) 지역 출신으로, 현지에서 자수와 금박 장식 공예인 '누하쿠(縫箔)'를 영위하던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그의 정확한 생년에 대해서는 1618년이라는 설과 1630년경이라는 설이 있으며, 학계에서 완전히 일치된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였으며, 집안의 자수 밑그림을 그리면서 한화(漢画), 가노파(狩野派), 도사파(土佐派) 등의 여러 유파의 기법을 독학으로 익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에도로 나와 처음에는 그림책의 판하 그림(版下絵)을 그리는 삽화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의 업적 중 특히 중요한 것은, 그 이전에 그림책의 단순한 삽화에 머물던 우키요에 목판화를 감상할 가치가 있는 독립된 한 장의 회화 작품으로 끌어올린 점이다. 1672년(간분 12년)에 자신의 이름을 서명한 그림책 『무케 햐쿠닌 잇슈(武家百人一首)』를 간행했으며, 이후 여러 장의 그림이 아닌 단독 한 장의 그림인 '이치마이에(一枚絵)' 형식의 판화를 확립했다. 이를 통해 우키요에의 대중화와 독립적인 예술 장르로서의 성립에 크게 기여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요시와라 유곽(遊郭) 등 번화가의 풍속, 미인화, 무사와 가부키 배우를 다룬 인물화 등 에도 도시 생활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요시와라 유곽 풍속』 연작, 『돌아보는 미인도(見返り美人図)』 등이 거론되며, 호색가적인 풍속화 분야의 작품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설립한 히시카와 유파(菱川派)는 이후의 우키요에 제작의 스승-제자 구조에 영향을 주었고, 우키요에 세계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현재 그의 작품은 일본 국내외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우키요에 초기 발전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인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