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루딘(Hirudin)은 거머리(주로 의료용 거머리 Hirudo medicinalis)의 타액선에 존재하는 단백질 계열의 강력한 트롬빈 저해제이다. 트롬빈은 혈액 응고 과정에서 피브리노겐을 피브린으로 전환시키는 핵심 효소로, 히루딘은 트롬빈의 활성 부위와 기질 결합 부위에 동시에 결합하여 비가역적 또는 가역적으로 효소 활성을 억제함으로써 혈액 응고를 차단한다.
구조 및 특성 히루딘은 65개 또는 66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펩타이드 사슬로 구성되며, 3개의 이황화 결합을 포함하여 안정한 3차원 구조를 유지한다. N-말단 영역이 트롬빈의 활성 부위에 결합하고, C-말단 영역이 트롬빈의 음이온 결합 엑소사이트(anion-binding exosite)에 결합하는 이중 기전으로 강력한 저해 활성을 나타낸다. 분자량은 약 7,000 달톤(Da) 수준이다.
발견 역사 1884년 영국의 생리학자 존 베리 헤이크래프트(John Berry Haycraft)가 거머리 추출물에 항응고 물질이 있음을 최초로 보고하였다. 이후 1904년 야콥 마르쿠스(Jacob Marcus)가 이 물질에 '히루딘'이라는 이름을 부여하였으며, 1950년대 마크로(Markwardt) 등에 의해 순수 분리와 아미노산 서열 분석이 이루어졌다.
의학적 응용 및 재조합 히루딘 천연 히루딘은 거머리에서 소량만 채취 가능하여 초기 임상 적용에 한계가 있었으나, 1980년대 유전자 재조합 기술(대장균, 효모 등 발현 시스템)을 이용한 재조합 히루딘(r-hirudin, 예: 레피루딘 lepirudin, 데스루딘 desirudin, 비발리루딘 bivalirudin 등)의 개발로 상용화되었다.
주요 임상 적응증은 다음과 같다.
- 헤파린 유도 혈소판감소증(HIT) 환자의 항응고 요법
-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PCI) 시 항응고제
- 혈액 투석 회로의 항응고
- 심부정맥 혈전증(DVT) 예방 및 치료 (일부 제제)
약리학적 장단점 헤파린과 달리 항트롬빈Ⅲ(antithrombin III)를 매개로 하지 않고 직접 트롬빈에 작용하므로, 헤파린 저항성이나 HIT 발생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유용하다. 또한 피브린 결합 트롬빈에도 억제 효과를 나타낸다. 반면, 전용 해독제(특이적 길항제)가 없어 출혈 부작용 발생 시 관리가 어렵고, 신장 배설 의존도가 높아 신기능 저하 환자에서 용량 조절이 필요하며, 면역원성으로 인한 항체 생성 가능성이 보고된 바 있다.
연구적 의의 히루딘은 직접 트롬빈 저해제(Direct Thrombin Inhibitor, DTI) 계열 약물 개발의 원형이 되었으며,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 및 약물 설계 분야의 중요한 모델 물질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