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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천사명 동종

흥천사명 동종(興天寺銘 銅鍾)은 조선 제7대 왕 세조(世祖)의 명으로 1462년(세조 8년)에 제작된 대형 범종(梵鍾)이다. 대한민국 보물 제146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현재 서울특별시 종로구 경복궁 내에 소재하고 있다. 종의 높이는 282cm에 달하며, 명문(銘文)을 통해 제작 연대와 용도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조선 전기 왕실 발원 범종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제작 배경

이 종은 조선 태조의 후비(后妃)인 신덕왕후(神德王后)의 원찰(願刹)이었던 흥천사(興天寺)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종신에 새겨진 명문에 따르면, 1461년(세조 7년) 여름 양주 회암사(檜巖寺)에서 사리분신(舍利分身)이 일어났고, 당시 효령대군이 그 사리 25매를 한양으로 가져왔다. 세조 부부가 이를 내전에서 예배하던 중 또다시 사리분신이 일어나자, 이를 기념하기 위해 여래상과 보살상을 조성하고 사리각에 봉안하였으며, 이와 함께 범종을 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형태와 양식

흥천사명 동종은 전형적인 조선 전기 범종의 양식을 갖추고 있다. 음통(音筒) 없이 두 마리의 용으로 구성된 용뉴(龍鈕)가 천판(天板) 위에 자리하고 있으며, 천판은 둥글게 솟아 있고 위쪽에 원공(圓孔)이 있다. 종신(鐘身)은 가운데에 굵은 횡대(橫帶)가 두 줄로 돌려져 있어 상하로 양분된다. 종신 상부에는 방형(方形)의 연곽(乳廓)이 네 방향에 배치되었고, 각 연곽 안에는 연화좌(蓮花座) 위에 9개씩의 돌기된 종유(鐘乳)가 장식되어 있다. 연곽과 연곽 사이에는 합장한 보살입상(菩薩立像)이 한 구씩 부조되어 있으며, 이는 이후 조선 범종의 전형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종신 하부에는 긴 발원문(發願文)이 양각(陽刻)으로 새겨져 있고, 그 아래에는 파도문대(波浪文帶)가 장식되어 있다.

명문의 내용과 의의

종신 하부에 새겨진 명문에는 이 종이 왕실의 발원으로 제작된 사실과 함께 제작 당시의 책임자 명단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최고 책임자인 도제조(都提調)는 효령대군을 비롯한 왕실 종친들이 맡았으며, 제조(提調)는 세조의 즉위에 참여했던 공신들이었다. 이로 보아 흥천사명 동종은 단순한 불교적 발원의 범종일 뿐만 아니라 공신들의 공덕을 기록하고자 한 공덕종(功德鐘)의 성격도 함께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명문은 당시 수공업 분업 체계와 직제(職制)를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소장 경과

원래 흥천사에 봉안되었던 이 종은 1510년(연산군 16년) 흥천사가 방화로 소실된 이후 여러 경로를 거쳐 이전되었다. 1938년 일제강점기에 덕수궁 광명문으로 옮겨져 전시되었으며, 2019년 광명문이 원래 위치로 이전됨에 따라 경복궁 궐내각사지(闕內各司址)로 옮겨져 보존 및 관리되고 있다.

문화재적 가치

흥천사명 동종은 고려 말기에 유입된 중국 종 양식의 요소와 한국 전통 범종의 형식이 결합되어 조선 전기 범종으로 정착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기념비적 작품이다. 이후 제작된 조선 전기 범종의 하나의 기준이 되었으며, 크기와 문양, 주조 기술의 탁월함, 명문을 통한 당시 사회 제반 사항의 파악 가능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6년 1월 17일 보물 제1460호로 지정되었다. 2024년에는 국보 승격을 위한 지정 조사가 진행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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