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훔볼트오징어(Humboldt squid, 학명: Dosidicus gigas)는 연체동물문 두족강 빨간오징어과(Ommastrephidae)에 속하는 대형 오징어이다. '점보 스퀴드', '점보 플라잉 스퀴드', '붉은 악마(Diablo rojo)' 등의 별칭으로도 불리며, 한국에서는 '가문어(假文魚)'라는 유통명으로도 알려져 있다.
어원
'훔볼트'라는 이름은 남아메리카 연안에서 태평양 북동부로 흐르는 훔볼트 해류(Humboldt Current)를 따라 분포하는 데서 유래하였다. 이 해류의 명칭은 프로이센 출신의 자연과학자 알렉산더 폰 훔볼트(Alexander von Humboldt)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분류 및 형태
훔볼트오징어는 빨간오징어과(Ommastrephidae) 빨간오징어아과(Ommastrephinae) 훔볼트오징어속(Dosidicus)에 속한다. 외투막(몸통) 길이는 평균 약 1.5m, 총길이는 2.5m에 달할 수 있으며, 몸무게는 최대 50kg까지 성장한다. 성적 이형성을 보여 평균적으로 암컷이 수컷보다 더 큰 크기로 성숙한다. 팔에 달린 각각의 빨판에는 미세한 이빨이 원형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긴 두 개의 촉수에는 100~200개의 날카로운 갈고리 형태의 빨판이 존재한다.
생태 및 행동
훔볼트오징어는 주로 수심 200~700m 사이의 수층에서 서식하며, 수명은 보통 1년에서 2년 정도로 추정된다. 색소포를 이용해 몸의 색을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개체 간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냥 시 무리를 짓는데, 그 규모가 1,000마리를 넘는 경우도 있다. 주로 샛비늘치와 같은 소형 어류나 갑각류를 먹이로 삼으며, 동족포식 행동도 흔히 관찰된다. 사냥 시에는 긴 두 개의 촉수로 먹잇감을 포착한 후 입으로 이동시켜 치설(radula)로 분쇄하는데, 이 과정이 카메라 1프레임 이내에 이루어질 정도로 신속하다.
공격적인 성향으로 악명이 높으나, 이는 주로 먹이를 사냥하거나 위협을 느꼈을 때 나타나는 행동으로, 평소에는 무관심이나 호기심을 보이는 경향이 더 큰 것으로 연구 결과 밝혀졌다. 주요 사냥 시간은 심야 시간대이며, 활동 수심은 130~200m 부근에 집중되어 있어 일반인이 조우할 가능성은 낮다.
암컷은 산란 시 젤라틴성 피막(gelatinous egg mass)을 낳는데, 개체 크기에 따라 직경 1~4m 크기의 피막에 5,000~4,100,000개의 알을 포함한다.
분포 및 서식지
동부 태평양 연안에 주로 서식하며, 칠레,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멕시코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까지 분포한다. 최근에는 북쪽으로 이동하여 캐나다 밴쿠버 인근 해역에서도 발견된 사례가 보고되었다.
경제적 중요성
훔볼트오징어는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수산 자원이다. 주요 어획 국가는 멕시코, 페루, 칠레, 에콰도르 등이며, 남태평양지역수산관리기구(SPRFMO)에 따르면 전 세계 연간 어획량은 약 100~110만 톤에 달한다. 페루가 전체 어획량의 약 50%를 차지하며, 중국이 약 30%, 칠레가 약 15%를 점유한다.
한국은 훔볼트오징어의 최대 수입국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국내산 오징어 어획량 감소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훔볼트오징어가 다양한 가공식품 및 외식 메뉴에 널리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중국집 짬뽕, 오징어튀김, 진미채, 영화관 버터구이 오징어, 타코야키 속재료 등에 활용된다.
식용 및 가공
훔볼트오징어의 살에는 염화암모늄(ammonium chloride)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특유의 암모니아 향과 강한 산미가 있다. 또한 일반 오징어에 비해 질긴 식감을 가지고 있어 생물 상태로는 식용 선호도가 낮다. 따라서 신맛을 제거하는 가공 과정을 거친 후 냉동 상태로 수입되며, 이후 강한 조미료를 사용한 가공품으로 제조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주요 가공지로는 강릉시가 알려져 있다.
훔볼트오징어는 다리가 10개(긴 다리 2개, 짧은 다리 8개)이며, 긴 다리를 제거하면 8개만 남아 문어와 유사한 외형이 된다. 이 때문에 '가문어'라는 유통명으로 판매되기도 하며, 소비자들이 문어로 오인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왕오징어와의 구분
훔볼트오징어는 크기가 크다는 이유로 대왕오징어(Architeuthis dux)와 혼동되는 경우가 많으나, 두 종은 분류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종이다. 훔볼트오징어는 빨간오징어과에 속하는 반면, 대왕오징어는 대왕오징어과(Architeuthidae)에 속한다. 대왕오징어는 훔볼트오징어보다 훨씬 크게 자라며(최대 13m), 식용 가치가 없어 상업적 어획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보전 상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 목록에서 정보부족(DD, Data Deficient)으로 분류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