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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의 순경음

훈민정음의 순경음(脣輕音)은 1443년(세종 25년) 창제된 훈민정음의 문자 체계에서 순음(脣音, 입술소리) 아래에 'ㅇ'을 연서(連書, 세로로 이어쓰기)하여 표시한 소리와 그 문자들을 가리킨다. 순경음이라는 용어 자체는 중국 운서(韻書)에서 비롯된 것으로, 순음을 중(重)과 경(輕)으로 구분한 데서 유래하였다.

훈민정음의 순경음에 해당하는 문자로는 ㅱ(순경음 미음), ㅸ(순경음 비읍, 가벼운비읍), ㅹ(순경음 쌍비읍), ㆄ(순경음 피읍)의 네 글자가 있다. 이 중 실제로 15세기 국어 표기에 사용된 것은 ㅸ(순경음 비읍)이 유일하며, 나머지 문자들은 주로 한자음의 표기에만 쓰였다.

음성학적으로 순경음은 양순마찰음(兩脣摩擦音, bilabial fricative)에 해당한다. 초성 위치에서는 무성음 [ɸ]로, 모음 사이에서는 유성음 [β]로 실현되었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제자해(制字解)에서는 "ㅇ을 순음 아래 연서하면 순경음이 되는 것은 가벼운 소리로서 입술이 잠깐 닿으면서 목구멍소리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순경음은 훈민정음의 초성 체계(23자모)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해례본 후록(後錄)의 연서법(連書法) 부분에서 별도로 설명되었다. 이는 세종이 편찬한 《동국정운》의 23자모 체계가 훈민정음의 초성 체계가 되면서, 《동국정운》의 순음에 중(重)과 경(輕)의 구분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순경음이 초성 체계에 들어설 자리가 없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15세기 국어에서 순경음 /ㅸ/은 주로 모음 사이 또는 'ㄹ'과 모음 사이에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셔ᄫᅳᆯ'(京, 서울), '사ᄫᅵ'(蝦, 새우), '더ᄫᅥ'(暑, 더워) 등이 있다. 이후 순경음 /ㅸ/은 음운 변화를 겪어 대부분 반모음 'w'로 변화하였으며(예: ᄫᅡ>와, ᄫᅥ>워, ᄫᅳ>우, ᄫᅵ>위), 이는 현대 국어의 'ㅂ' 불규칙 활용(덥다→더운, 더워)의 발달 과정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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