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이아(huia, 학명: Heteralocha acutirostris)는 참새목 와틀과(Callaeidae)에 속하는 새로, 뉴질랜드 북섬에 고유하게 서식했던 조류이다. 마오리어 발음은 [ˈhʉia]이며, 한국 정식 명칭은 불혹주머니찌르레기이다. 1907년 이후로 마지막 공식 목격이 확인되었으며, 현재는 절멸(EX) 상태로 분류된다.
생김새
후이아는 몸길이가 수컷 약 45cm, 암컷 약 48cm였다. 몸 전체는 청록색 광택이 나는 검은색 깃털로 덮여 있었으며, 부리 시작 부위에 선명한 주황색의 둥근 육질 돌기(와틀)가 있었다. 부리와 다리는 청회색이었고, 꼬리깃은 12장으로 각 깃털 끝에 2.5~3cm 너비의 흰색 띠가 있어 뉴질랜드 조류 중에서도 독특한 특징을 지녔다.
후이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부리의 극명한 성적 이형(sexual dimorphism)이다. 수컷의 부리는 약 60mm로 짧고 두꺼우며 까마귀 부리와 유사한 반면, 암컷의 부리는 약 104mm로 가늘고 길며 아래로 굽어 있었다. 이러한 차이는 암수가 서로 다른 먹이 자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생태적 분화의 극단적 사례로, 조류학 교과서에 자주 인용된다.
분포 및 서식지
후이아는 원래 뉴질랜드 북섬 전역의 저지대와 산지 원시림에 널리 분포했으나, 마오리족의 정착 이후 남획과 서식지 파괴, 도입된 쥐의 포식으로 인해 개체 수가 급감했다. 유럽인이 도착한 1840년대에는 북섬 남동부의 루아히네, 타라루아, 리무타카, 카이마나와 산맥 일대로만 제한되어 있었다. 주로 활엽수-포도카프 숲에 서식했으며, 여름에는 고산지대, 겨울에는 저지대로 계절 이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생태 및 행동
후이아는 잡식성으로, 성충 곤충, 유충, 거미, 그리고 일부 토종 식물의 열매를 먹었다. 특히 하늘소 유충(huhu beetle larvae)을 즐겨 먹었다. 수컷은 짧고 강한 부리로 썩은 나무를 쪼아 구멍을 뚫었고, 암컷은 길고 유연한 부리로 그 구멍 속 깊이 있는 유충을 꺼내 먹었다. 이는 엄밀한 의미의 협력 사냥이라기보다는 성별 간 먹이 경쟁을 줄이기 위한 서식지 분화의 결과로 해석된다.
후이아는 약한 비행 능력을 가졌으며, 주로 강한 다리를 이용해 나무 사이를 크게 도약하며 이동했다. 일부일처제로 평생 짝을 이루어 생활했으며, 둥지는 죽은 나무, 큰 가지의 갈래, 나무 구멍 등 다양한 장소에 만들었다. 번식기는 늦봄(10~11월)으로 추정되며, 한 배에 1~4개의 알을 낳았다.
멸종 원인
후이아의 멸종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첫째, 유럽인 정착 이후 대규모 산림 벌채로 서식지가 파괴되었다. 둘째, 도입된 포유류(쥐, 고양이, 족제비 등)의 포식이 개체 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셋째,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남획이었다. 후이아의 아름다운 깃털과 독특한 부리는 유럽 수집가와 박물관의 수집 대상이 되었으며, 마오리족 사이에서도 의식용 장식품으로 높은 가치를 지녔다. 1883년에만 11명의 마오리족이 646장의 후이아 가죽을 수집한 기록이 있다. 1901년 영국 왕실 방문 당시 후이아 깃털이 왕실 모자 장식으로 사용되면서 유행이 번져 깃털 가격이 급등했고, 이는 남획을 더욱 가속화했다.
보호 노력과 최후
1892년 야생조류보호법 개정으로 후이아는 법적 보호를 받게 되었으나, 실제 집행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섬 보호구역으로의 이주 시도도 있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마지막 공식 목격은 1907년 12월 28일 타라루아 산맥에서 W. W. 스미스가 세 마리를 관찰한 기록이다. 이후 1922년 요크베이, 1952년과 1961~1963년 테 우레웨어 국립공원 지역에서 비공식 목격담이 있었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문화적 의의
마오리 문화에서 후이아는 타푸(신성한 존재)로 여겨졌으며, 그 깃털과 가죽은 고위층만이 착용할 수 있었다. 깃털은 와카 후이아(waka huia)라는 정교하게 조각된 상자에 보관되었다. 뉴질랜드 6펜스 주화(1933~1966년)의 뒷면에는 암컷 후이아가 새겨져 있었으며, 여러 우표에도 도안으로 사용되었다. 2024년 5월 오클랜드 경매에서 후이아 깃털 하나가 46,521.50뉴질랜드 달러(약 3,700만 원)에 낙찰되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깃털로 기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