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자본주의(後期資本主義, 영어: late capitalism, 독일어: Spätkapitalismus)는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 정치학, 사회학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 자본주의 문명의 현재 또는 당대 단계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초기 자본주의와 구별되는, 국가의 적극적인 경제 개입과 복지 정책, 기술 발전, 다국적 기업의 성장, 소비주의 확산 등을 특징으로 하는 비사회주의적 경제 체제를 가리킨다.
어원 및 용어의 기원
'후기자본주의'라는 용어는 1925년 독일의 사회과학자 베르너 솜바르트(Werner Sombart, 1863~1941)가 그의 저술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솜바르트는 자본주의의 역사를 전(前)자본주의 경제, 초기 자본주의(Frühkapitalismus), 고도 자본주의(Hochkapitalismus), 후기 자본주의(Spätkapitalismus)의 네 단계로 구분하였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새로운 자본주의 질서를 '후기자본주의'라고 명명하고, 이를 관료화된 자본주의, 상업 정신이 소멸된 체제로 특징지었다. 다만 솜바르트는 이에 대한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이론을 완성하지는 못했다.
이론적 발전
후기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이론적 정립은 벨기에 출신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에르네스트 만델(Ernest Mandel, 1923~1995)에 의해 이루어졌다. 만델은 1972년 저서 《후기자본주의》(Late Capitalism)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자본주의를 '후기자본주의'로 명명하고, 이를 자본주의 발전의 새로운 역사적 단계로 분석했다. 만델은 자본주의의 발전 단계를 ① 약 1700년부터 1870년까지의 자유경쟁적 자본주의, ② 약 1870년부터 1940년까지의 독점자본주의, ③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후기자본주의의 세 단계로 구분하였다. 그는 후기자본주의의 특징으로 다국적 기업의 성장, 세계화, 소비주의, 탈식민지화, 국제 금융 시장의 확대 등을 꼽았다.
만델은 후기자본주의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일반화된 산업화를 실현한 체제라고 보았으며, 동시에 인간의 서비스가 상품화되는 등 경제와 사회의 더 넓은 영역이 상품화되고 산업화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후기자본주의에서 국가의 경제적 역할이 지속적으로 확대된다고 지적했다.
주요 학자들의 논의
후기자본주의 개념은 여러 학자들에 의해 다양한 각도에서 논의되었다. 독일의 사회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는 1973년 저서 《후기자본주의의 정당성 위기》(Legitimationsprobleme im Spätkapitalismus)에서 후기자본주의 체제의 유지와 정당성 문제를 고찰했다. 문화이론가 프레드릭 제임슨(Fredric Jameson)은 1984년 논문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자본주의의 문화 논리"를 통해 후기자본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상호 연관성을 주장했으며, 후기자본주의 시대의 문화적 특징을 분석했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오도르 아도르노(Theodor Adorno), 헤르베르트 마르쿠제(Herbert Marcuse) 등도 '후기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수용하여 현대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데 사용했다. 또한 클라우스 오페(Claus Offe), 루돌프 힐퍼딩(Rudolf Hilferding) 등도 이와 관련된 논의를 전개했다.
현대적 사용
21세기에 들어서 '후기자본주의'는 학술적 의미와 더불어 대중 문화와 좌파 정치 담론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특히 2016년 이후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부조리, 모순, 위기, 불평등, 부당함을 지칭하는 은유적·비판적 용어로 쓰이고 있다. 이 맥락에서 '후기자본주의'는 디지털 산업의 급성장, 기업과 은행의 경제 집중, 소득 및 자산 불평등의 심화, 신용 소비와 가계 부채의 증가, 포드주의적 대량 생산에서 포스트포드주의적 유연 생산으로의 전환 등의 현상을 아우르는 의미로 사용된다.
비판과 논쟁
후기자본주의 개념은 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수용된 것은 아니다. 이 개념이 자본주의에 대한 이념적 편향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 자본주의가 실제로 '후기' 단계에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주장, 자본주의의 붕괴나 종말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회의적 견해 등이 제기되어 왔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2018년 자본주의가 종말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후기자본주의 이론은 1947년부터 1973년까지의 장기 경제 호황, 1980년대 중반 이후의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시기의 자본주의 부흥,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의 붕괴 등 자본주의의 지속적 성장 사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같이 보기
- 자본주의
- 마르크스주의
- 신자유주의
- 포스트모더니즘
- 세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