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성 인격장애(回避性 人格障碍, avoidant personality disorder, AvPD)는 클러스터 C 성격장애(불안형 성격장애)에 속하는 정신 건강 상태이다. 불안형 인격장애(anxious personality disorder)라고도 불린다. 사회적 억제, 부적절감, 부정적 평가에 대한 과도한 민감성을 핵심 특징으로 하며, 친밀한 대인관계에 대한 강한 욕구가 있음에도 거절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사회적 관계를 회피하는 양상을 보인다.
진단 기준
미국정신의학협회(APA)의 DSM-5에 따르면, 다음 7개 항목 중 4개 이상이 해당될 때 회피성 인격장애로 진단된다: ① 비판, 거절, 인정받지 못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의미 있는 대인 접촉이 필요한 직업 활동을 회피함, ② 자신을 좋아한다는 확신이 없으면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꺼림, ③ 수치심이나 놀림에 대한 두려움으로 친밀한 관계에서 자제함, ④ 사회적 상황에서 비판받거나 거절당하는 것에 집착함, ⑤ 부적절감으로 새로운 대인관계 형성을 어려워함, ⑥ 자신을 사회적으로 서툴고 매력이 없으며 타인보다 열등하다고 평가함, ⑦ 당황할 것을 두려워하여 새로운 활동이나 개인적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극도로 꺼림.
세계보건기구(WHO)의 ICD-10에서는 '불안(회피)성 성격장애(anxious (avoidant) personality disorder)'라는 명칭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지속적인 긴장과 불안, 사회적 서투름에 대한 믿음, 비판과 거절에 대한 과도한 몰입 등 최소 4가지 항목을 충족해야 한다.
원인
회피성 인격장애의 원인은 명확히 단정되지 않았으나, 유전적 소인(기질적 요소), 아동기 정서적 방임, 또래 집단의 거절 경험 등 사회적·유전적·심리적 요인의 복합적 상호작용으로 발병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내향적이고 신경증적 성격이 강조된 형태로, 행동억제 기능이 과도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상 및 특징
환자는 극도의 수줍음과 사회적 불안, 열등감, 부적절감을 나타내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거절당할 것이라는 공포로 인해 선제적으로 관계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을 거북하고 불안하며 타인이 원하지 않는 존재로 인식한다. 사회적 상호작용이 필요하지 않은 고독한 직업을 선호하며, 공공장소에서의 활동을 회피하기도 한다. 내적으로는 친밀감에 대한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으나, 이를 표현하거나 실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동반 질환
사회불안장애(사회공포증), 범불안장애, 강박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우울장애, 물질 사용 장애(특히 알코올, 벤조디아제핀, 아편 계열) 등이 흔히 동반된다. 연구에 따르면 광장공포증이 있는 공황장애 환자의 약 10~50%가 회피성 인격장애를 동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감별 진단
사회불안장애와 회피성 인격장애는 증상이 상당 부분 중첩되나, 사회불안장애가 '사회적 상황에 대한 공포'에 초점이 있는 반면, 회피성 인격장애는 '친밀감에 대한 혐오(aversion to intimacy)'와 보다 광범위한 성격 기능의 손상을 특징으로 한다. 분열성 성격장애와 달리 회피성 인격장애 환자는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며 긍정적 정서가 어느 정도 유지된다. 의존성 성격장애, 편집성 성격장애,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도 감별이 필요하다.
역학
미국 인구 기준 평생 유병률은 약 2.36%로 보고되며(2001-2002년 국립 역학 조사), 서울대학교병원 자료에 따르면 0.5~1% 수준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남성과 여성에서 비슷한 빈도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부 자료에서는 여성에서 더 흔하다고 보고한다.
치료
심리치료(역동정신치료, 인지치료), 사회 기술 훈련, 노출 요법, 집단 치료 등이 사용된다. 환자의 거절 공포로 인한 치료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치료 동맹 형성이 중요하다. 불안과 우울 증상에 대해 약물치료가 병용될 수 있다.
하위 유형
심리학자 시어도어 밀론(Theodore Millon)은 회피성 성격장애의 네 가지 하위 유형을 제시하였다: 공포 회피형(의존성 특징), 갈등 회피형(부정성 특징), 고감각 회피형(편집성 특징), 자기방임 회피형(우울성 특징). 1993년 린 앨던과 마사 캐프레올은 냉정 회피형과 착취 회피형의 두 하위 유형을 제시하였다.
예후
회피성 인격장애는 만성적 경과를 보이며, 치료 없이 자연적으로 호전되기는 어렵다. 중년 이후에는 회피성 경향이 다소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나, 적절한 치료와 개인의 노력을 통해 증상의 유의미한 개선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