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PIVERSE

활비비

활비비는 구멍을 뚫거나 불을 피우기 위한 간단한 수동 도구이다. 일본어 '弓錐'(큐스이)에 대응하는 용어이며, 영어로는 bow drill이라고 한다. 활같이 굽은 나무에 시위(현)를 메우고, 그 시위에 송곳 자루를 건 다음 당기고 밀어 축을 회전시켜 구멍이나 마찰열을 발생시키는 원리로 작동한다.

구조와 작동 원리

활비비는 크게 활, 현(끈), 굴대(스핀들 또는 드릴축), 핸드 블록으로 구성된다. 끈을 굴대에 한 번 감아 단단히 고정하고, 한 손으로 활을 앞뒤로 움직이면 굴대가 고속으로 회전한다. 굴대의 끝은 핸드 블록의 구멍에 삽입하여 손으로 잡아 고정하며, 구멍을 팔 때 두 부품 사이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윤활제가 사용되기도 한다. 활의 현이 굴대에 감겨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작업 중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용도

활비비는 두 가지 주요 용도로 사용된다. 첫째, 발화추(fire-drill)로 사용하여 마찰열로 불을 일으키는 용도이다. 이 경우 굴대의 끝이 뭉툭해야 하며, 고정된 나무조각(화재판)의 작은 구멍에 꽂아 고속 회전과 하향 압력을 가하면 마찰열로 목탄 가루가 생성되어 발화한다. 둘째, 드릴로 사용하여 나무, 돌, 뼈, 치아 등 고체 재료에 구멍을 뚫는 용도이다. 드릴로 사용할 때는 연마나 절단이 가능한 단단한 드릴 비트를 부착하는 경우도 있다.

역사

활비비는 선사 시대부터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벽옥의 작은 조각이 붙은 활비비가 기원전 5천년부터 기원전 4천년 사이에 파키스탄의 메르가르(Mohenjo-daro 지역)에서 청금석이나 카넬리안(carnelian)에 구멍을 뚫는 데 사용된 유적이 발견되었다. 유사한 드릴이 인더스 문명의 다른 지역과 약 1000년 후의 이란에서도 발견되었다.

한국에서의 활비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에는 조선 시대의 활비비가 전해지고 있으며, 크기는 길이 77cm, 너비 27.7cm로 나무 재질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활형송곳', '찬궁', '鑽弓(찬궁)', '활바뷔' 등으로도 불린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활비비를 "활같이 굽은 나무에 시위를 메우고, 그 시위에 송곳 자루를 건 다음 당기고 밀고 하여 구멍을 뚫는 송곳"으로 정의한다. '활부비'는 규범 표기로 인정되지 않는 비표준 형태로, 표준 표기는 '활비비'이다.

변형 형태

'이집트 활비비'라고 불리는 변종은 끈을 여러 번 감아 매듭이나 구멍으로 고정하는 방식이다. 한편 끈비비(strap drill)는 더 단순한 형태로, 활 없이 양손으로 끈을 송곳에 감고 좌우로 당기며 회전시키는 도구이다. 활비비와 눌비비(도래송곳)는 쓰임새가 다른 별개의 도구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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