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花盆)은 하길종 감독이 각색하고 연출한 1972년 대한민국 영화이다. 영문 제목은 《The Pollen of Flowers》(꽃가루)이다. 소설가 이효석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대양영화주식회사에서 제작하였다.
기본 정보
영화는 1972년 4월 7일에 국도극장에서 개봉했으며, 상영시간은 85분이다. 관람등급은 미성년자관람불가였다. 주요 출연진으로는 하명중(단주 역), 남궁원(현마 역), 최지희(세란 역), 윤소라(미란 역), 여운계(옥녀 역)가 있다. 스태프로는 촬영 유영길, 음악 신중현, 편집 이경자 등이 참여했다. 제작비는 당시 평균 제작비의 약 2배에 해당하는 800만 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줄거리
서울 근교의 거대한 한옥 '푸른 집'에서 현마의 첩 세란은 여동생 미란, 식모 옥녀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현마가 새로 고용한 남자 비서 단주를 데려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현마와 단주는 권력과 계급 관계를 매개로 한 동성애적 관계를 맺고 있었으나, 단주가 세란의 여동생 미란과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갈등이 발생한다. 단주와 미란이 도피하자 현마는 단주를 찾아내 구타하고 푸른 집의 골방에 유폐한다. 이후 현마가 부도로 일본에 도피하면서 푸른 집에는 세란과 미란, 옥녀의 단주에 대한 욕망이 얽히게 된다. 결국 빚쟁이들이 푸른 집을 습격하여 집안은 풍비박산나고, 세란은 성폭행을 당한 끝에 사망한다. 마지막에 단주는 푸른 집을 나선다.
평가 및 의의
이 영화는 하길종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하길종 감독은 당초 데뷔작으로 동학혁명을 다룬 작품을 준비했으나 제작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배우이자 동생인 하명중이 건넨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본작을 제작하게 되었다. 개봉 당시에는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테오레마》(1968)와 유사하다는 표절 논란이 제기되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으나, 이후 1990년대에 영화광들에 의해 재조명되었다.
작품은 '푸른 집'이라는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동성애, 계급, 성적 본능 등의 소재를 다루며, 유신 체제 아래의 억압적인 시대 분위기를 알레고리적 방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영상자료원의 자료에서는 이 영화를 "유신 전야의 출구 없는 억압과 분노를 우회적인 방식으로 표출한 영화"이자 "한국영화사에서 보기 드문 퀴어영화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는 영화"로 기술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알레고리의 도식에 지나치게 몰입한 영화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 영화는 한국영상자료원이 선정한 한국영화 100선(2006년, 2014년, 2024년)에 여러 차례 포함되었다. 1972년 제9회 청룡영화상에서 윤소라가 장려상을 수상했으며, 제16회 부일영화상에서 유영길이 최우수촬영상을 수상했다. 제18회 아시아영화제에도 출품되었다.
수상 내역
- 제9회 청룡영화상(1972): 장려상(윤소라)
- 제16회 부일영화상: 최우수촬영상(유영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