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惑星脫出, 프랑스어 원제: La Planète des singes, 영어: Planet of the Apes)은 프랑스 작가 피에르 불(Pierre Boulle, 1912~1994)이 집필한 공상과학(SF) 소설이다. 1963년 프랑스 파리의 줄리아르 출판사(Éditions Julliard)를 통해 처음 출간되었으며, 이후 1968년 동명의 영화로 각색되어 《혹성탈출》 미디어 프랜차이즈의 원작이 되었다. 한국어판 제목 "혹성탈출"은 영화 시리즈의 한국 개봉 제목과 동일하게 통용된다.
작가와 배경. 피에르 불은 《콰이강의 다리》(1952)의 원작자로도 널리 알려진 프랑스 작가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군 및 연합군 특수부대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인도차이나 지역에서 고무 농장을 운영한 경험을 갖고 있다. 《혹성탈출》은 이러한 작가의 다양한 경험과 당시의 사회·문화적 관심사가 반영된 작품으로 평가된다.
줄거리 개요.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서기 2500년경이다. 지구에서 출발한 세 명의 탐험가—기자 위리스 메루(Ulysse Mérou), 교수 안텔(Professor Antelle), 의사 아르튀르 르뱅(Arthur Levain)—는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 항성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에 도착한다. 그 행성에서 이들은 침팬지·고릴라·오랑우탄 등 대형 유인원이 지능을 갖추고 문명을 이룬 우점 종이며, 반대로 인간은 야만적이고 동물적인 상태로 퇴화해 있음을 목격한다. 주인공 메루는 유인원 사회의 지배 구조 속에서 자신이 지적 존재임을 증명하기 위해 투쟁하며, 유인원 문명의 과학자 지라(Zira)와 코르넬리우스(Cornélius)의 도움을 받는다. 결말부에서는 지구로 귀환한 메루가 지구 역시 유인원이 지배하는 세계로 변해 있음을 발견하며, 이 이야기가 우주를 항행하는 침팬지 부부가 발견한 병 속의 수기라는 액자 구조로 마무리된다.
유인원 사회의 구조. 소설 속 유인원 문명은 세 계층으로 구분된다. 고릴라는 군사·경찰 역할을 담당하는 계층, 오랑우탄은 정치·종교 권위를 지닌 보수적인 계층, 침팬지는 과학 연구를 담당하는 진보적인 계층으로 묘사된다. 소설은 인간의 우월성과 문명의 흥망성쇠, 포로와 포획자의 관계, 종(種) 간의 권력 관계 등을 풍자적이고 반전적인 시각으로 다룬다.
발간 및 번역. 프랑스어 원작 이외에 영어 번역본은 잰 필딩(Xan Fielding)이 번역하였으며, 1963년 미국에서 Planet of the Apes라는 제목으로, 1964년 영국에서 Monkey Planet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출간되었다. 이후 1973년 영화 프랜차이즈와 연계하여 Planet of the Apes로 재발간되었다. 한국어 번역본은 여러 출판사(예: 소담출판)를 통해 출간된 바 있다.
영화와의 차이점. 1968년 영화 《혹성탈출》은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지만, 소설에는 없는 설정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영화의 결말—주인공이 지구가 이미 유인원에 의해 파괴·지배되었음을 깨닫는 장면—은 소설의 결말과 구체적 전개가 다르다. 소설에서는 지구 귀환 후 메루가 지구 역시 유인원의 세계가 된 것을 발견하지만, 1968년 영화에서는 자유의 여신상이 해변에 잠긴 모습을 통해 지구의 종말을 암시한다. 2001년 리메이크 영화의 결말은 원작 소설의 결말에 더 가깝게 각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학적 의의. 《혹성탈출》은 출간 당시 충격적인 설정과 반전 구조로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혹성탈출》 프랜차이즈—여러 편의 영화, 텔레비전 시리즈, 만화, 소설 등—로 이어지는 광범위한 미디어 프랜차이즈의 출발점이 되었다. 작품은 단순한 오락적 SF를 넘어 인류의 본성, 문명의 성립 조건, 종 간의 지배 관계에 대한 사유를 제시한 고전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