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벌은 벌목(Hymenoptera) 꿀벌과(Apidae) 뒤영벌속(Bombus)에 속하는 곤충이다. 학명은 Bombus ignitus이며, 한국·일본·중국·우수리 지역에 분포한다. 한국에서 흔히 관찰되는 뒤영벌류 중 하나로, 호박꽃을 즐겨 찾는 습성 때문에 '호박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형태 몸 전체가 검은색 털로 덮여 있으며, 배 끝 셋째 마디는 적갈색 또는 등황색 털로 덮여 있다. 암컷(여왕벌)의 몸길이는 19~23mm, 일벌은 12~19mm, 수컷은 약 20mm이다. 수컷은 얼굴과 가슴·배의 제1·2등판에 황색 긴 털이 밀생하고, 가슴 중앙과 배 제3등판에 검은 털 띠가 있다. 뒤영벌류는 일반적으로 몸이 통통하고 복슬복슬한 털로 덮여 있어 다른 벌들과 구별된다.
생태 땅속, 특히 들쥐나 두더지가 버린 굴에 둥지를 만든다. 여왕벌은 겨울을 동면으로 보낸 후 이른 봄(4월 중순경)에 출현하여 마른 잎과 밀랍으로 육방(育房)과 꽃가루·꿀을 저장하는 단지를 만든다. 한 군집은 여왕벌·일벌·수컷으로 구성되며, 늦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새로운 여왕벌과 수컷이 우화한다. 수정한 새 여왕벌은 겨울 동안 동면하고, 기존의 여왕벌과 일벌은 가을에 모두 죽어 한 해를 주기로 군집이 소멸한다. 꿀벌과 달리 1년밖에 살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생활사 완전탈바꿈(알→애벌레→번데기→성충) 과정을 거친다. 여왕벌은 4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꽃을 찾고, 8월 중순에 새로 우화한 제2세대 암컷이 나타나 10월 하순까지 활동한다. 둥지 짓기는 9월 하순에 중지된다. 일벌은 5월 하순부터 10월 상순까지 활동하며 해바라기·호박·오이·참깨·감나무·때죽나무 등 다양한 꽃을 방문한다.
수분(授粉) 호박벌은 호박꽃을 비롯한 여러 작물의 수분 매개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시설 재배(하우스) 농가에서 수분을 위해 사육되기도 한다. 2017년에는 미국 전역에서 개체 수 급감(1990년대 말 이후 약 87% 감소)으로 인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바 있다.
독성 침은 암컷(여왕벌과 일벌)에게만 있으며, 수컷에는 없다. 독성 자체는 강하지 않으나 침의 크기가 커서 다량의 독이 주입될 수 있어 쏘이면 통증과 부기가 발생할 수 있다. 성질은 온순한 편으로,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행 메커니즘 호박벌은 몸에 비해 날개 면적이 작아 '비행이 불가능한 신체 구조'라는 속설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초당 약 230회, 130° 각도의 날갯짓으로 앞전와류(leading edge vortex)를 발생시켜 비행이 가능하다. 다만 비행 효율은 다른 곤충에 비해 낮은 편이다.
어원 및 기타 '호박벌'이라는 이름은 호박꽃을 즐겨 찾는 습성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어에서 호박벌을 가리키는 옛말 'Dumbledore'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등장인물 알버스 덤블도어(Albus Dumbledore) 이름의 모티브가 되었다. 러시아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곡 《왕벌의 비행》은 호박벌의 비행 소리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