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맥주( rye beer )는 맥아 보리의 일부를 호밀로 대체하여 양조한 맥주를 가리킨다. 영어 'rye beer'의 번역어이며, '라이맥주'로도 표기된다.
호밀은 보리와 달리 베타글루칸 함량이 높아 양조 과정에서 맥즙 여과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까다로운 특성 때문에 호밀은 맥주 양조에서 보리만큼 널리 사용되지는 않았으나, 호밀이 주는 독특한 풍미로 인해 최근 수제맥주 시장에서 점차 활용이 늘고 있다. 호밀을 첨가하면 맥주에 바삭하고 약간 매콤한 캐릭터가 더해지며, 때로는 불그스름한 색을 띠기도 한다.
호밀맥주의 대표적인 스타일로는 독일의 로겐비어(Roggenbier)가 있다. 로겐비어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에서 유래한 스타일로, 전체 맥아의 50% 이상(최대 60~65%)을 호밀 맥아로 구성하며, 바이스비어(밀맥주)와 동일한 효모로 발효시켜 바나나와 클로브 향이 특징이다. 15세기 바이에른에서는 호밀 맥아로 맥주를 양조했으나, 흉년 이후 호밀은 빵 제조용으로만 사용하도록 제한되면서(라인하이트게봇, 맥주순수령) 로겐비어는 약 500년간 사라졌다. 1980년대 후반, 레겐스부르크 인근의 Spezialbrauerei Schierling이 특허받은 당화 방법을 개발하여 현대적인 로겐비어인 Schierlinger Roggen을 처음 생산하면서 부활하였다.
미국 수제맥주 시장에서는 호밀 IPA(Rye IPA)가 2000년대 이후 인기를 얻고 있다. 호밀 IPA는 아메리칸 IPA에 호밀 몰트를 15~20%가량 첨가하여 IPA 특유의 홉 풍미에 호밀의 스파이시하고 드라이한 특성을 더한 스타일이다. BJCP(맥주 심사관 인증 프로그램) 2015년 가이드라인에서는 스페셜티 IPA의 한 유형으로 호밀 IPA를 별도로 정의하고 있다.
핀란드의 전통 맥주인 사티(Sahti)는 호밀과 주니퍼 베리를 사용하여 양조되며, 슬라브 전통 발효 음료인 크바스(Kvass)는 호밀빵을 물에 담가 발효시켜 만든다.
국내에서는 '호밀맥주'라는 명칭이 '밀맥주'에 비해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세븐브로이맥주에서 '호밀 스타우트(Rye Stout)' 제품을 출시한 사례가 있으며, 일본의 베어렌(Baeren) 양조장에서도 호밀맥주를 한정 생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