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안테세소르(Homo antecessor)는 약 120만 년 전에서 80만 년 전 사이, 전기 플라이스토세 시기에 유럽에서 서식했던 멸종된 화석인류의 한 종이다. 학명에서 'antecessor'는 라틴어로 '개척자', '선구자', 또는 '이른 정착민'이라는 뜻으로, 이 종이 유럽 대륙에 가장 먼저 정착한 인류 집단 중 하나였을 것이라는 해석에 따라 명명되었다.
발견 및 명명 연혁
최초의 화석은 1994년 스페인 북부 시에라 데 아타푸에르카(Sierra de Atapuerca) 지역에 위치한 그란 돌리나(Gran Dolina) 동굴에서 발견되었다. 이후 1997년 호세 마리아 베르무데스 데 카스트로(J. M. Bermúdez de Castro),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J. L. Arsuaga), 에우달 카르보넬(E. Carbonell) 등에 의해 신종으로 공식 기재되었다. 기준 표본(홀로타입)은 ATD6-5로 지정된 하악골편이다. 그란 돌리나 유적에서는 이후 약 170점 이상의 호모 안테세소르 화석이 추가로 확인되었다.
형태적 특징
호모 안테세소르의 안면부 형태는 다른 고인류 종들과 달리 현생 인류와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얼굴의 전체적인 평평함과 광대뼈가 위턱으로 이어지는 곡선 구조가 현생 인류와 유사하나, 이 특징들은 주로 한 개체의 미성숙 표본(ATD6-69)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뇌용적은 약 1,000~1,150cc로 추정되며, 이는 현생 인류 평균(약 1,350cc)보다 작다. 신장은 약 160~187cm 사이로 추정된다. 다리와 팔의 비율은 비교적 긴 편으로, 열대 지방 인구에서 흔히 관찰되는 형태와 유사하다.
분류 및 계통 논쟁
호모 안테세소르의 계통학적 위치에 대해서는 학계의 논쟁이 지속되어 왔다. 1997년 최초 기재 당시에는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마지막 공통 조상으로 제안되었으나, 이후 여러 학자들이 이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였다. 일부 학자들은 호모 안테세소르가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와 동일하거나 그 조상 관계에 있다고 보았고, 다른 학자들은 호모 에렉투스 계통의 한 갈래로 해석하였다. 2020년 고대 단백질 분석 연구(Welker 등)에서는 호모 안테세소르가 현생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이 아닐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현재는 현생 인류-네안데르탈인 분기 직전에 갈라져 나온 측계통군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문화와 생활
그란 돌리나 유적에서는 호모 안테세소르가 석영과 처트 등 다양한 원료를 이용하여 비교적 단순한 몸돌-격지 석기(pebble and flake tools)를 제작한 흔적이 확인되었다. 이 석기 산업은 아프리카와 후기 유럽 유적에서 나타나는 아슐리안 석기 산업과 부분적으로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그들은 사슴 등을 주요 사냥 대상으로 삼았으며, 집단 사냥과 고기 분배를 통해 사회적 협력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유적에서는 호모 안테세소르 표본 중 다수에서 식인 행위(카니발리즘)의 증거로 해석되는 절단 흔적과 골절 흔적이 발견되었다. 피식자의 대부분이 어린 개체와 청년층이었다는 점에서, 이 식인 행위가 문화적 관행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으나 그 목적(의례적 행위인지, 영양 섭취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화염 사용의 증거는 그란 돌리나 유적에서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으며, 호모 안테세소르는 주로 온난한 기후 시기에 이베리아 내륙 지역에 서식했다가 기후가 악화되면 해안 지역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대와 환경
호모 안테세소르의 화석이 발견된 그란 돌리나 TD6 지층의 연대는 방사성 연대 측정 결과 약 93만 년에서 78만 년 전 사이로 산정되었다. 이 종은 서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 화석 중 하나로 간주되지만, 2013년 스페인 오르세(Orce) 지역에서 발견된 약 140만 년 전의 유아 치아 화석이 더 오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럽 최초의 인류라는 지위는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다. 호모 안테세소르가 서식했던 시기의 환경은 사바나와 혼합 삼림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