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면제는 대한민국 형법상 범죄가 성립하여 형벌권은 발생하였으나, 일정한 사유로 인하여 실제로 형벌을 과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는 피고사건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있는 때에 선고하는 실체적 종국재판인 유죄판결의 한 유형으로, 무죄판결과는 구별된다. 유죄판결에는 형의 선고판결, 형의 면제판결, 형의 선고유예판결이 포함된다(형사소송법 제321조, 제322조).
형의 면제는 범죄의 성립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형벌권의 발생은 인정하되 법률이 정한 특정한 사유가 존재하여 형벌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다. 대한민국 형법에서 법률상 면제만 인정되며, 법관의 재량에 의한 재판상 면제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적 입장이다.
형의 면제를 선고할 수 있는 주요 근거 조항으로는 다음이 있다.
- 형법 제21조 제2항(과잉방위):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하여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 형법 제26조(중지미수): 범인이 자기의 의사로 범행을 중지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
- 형법 제39조(사후적 경합범):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 확정판결을 받은 죄와 동시에 판결할 경우의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 형법 제7조(외국에서 받은 형의 집행): 범죄에 의하여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받은 자에 대하여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형의 면제는 선고유예 및 집행유예와 구별된다. 선고유예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형의 선고 자체를 유예하는 것이고,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하면서 그 집행을 유예하는 제도이다. 이와 달리 형의 면제는 법률에서 형의 종류나 형량에 대한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며, 법관의 재량에 따라 폭넓게 인정될 수 있다.
형의 면제와 혼동하기 쉬운 개념으로 형의 집행면제가 있다. 형의 집행면제는 형이 선고·확정된 이후에 법률의 변경으로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된 때(형법 제1조 제3항) 등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이미 선고된 형의 집행을 면제하는 제도로, 형을 선고할 때 형벌을 부과하지 않는 형의 면제와는 시기와 성격이 다르다.
형의 면제는 판결로써 선고되어야 하며(형사소송법 제322조), 실무적으로는 매우 드물게 선고되는 판결 유형이다. 특히 형법 제39조에 따른 사후적 경합범의 경우, 여러 범죄가 개별적으로 기소·처리되어 함께 재판받지 못함에 따른 실질적 불이익이 큰 경우 형 면제가 선고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법률적으로 형체계상 형의 감경이 형량을 줄이는 것이라면, 형의 면제는 형벌 자체를 부과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형의 양정(量定)에 있어 가장 최종적이고 극단적인 조치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