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화음과 불협화음
개요
협화음(協和音, consonance)과 불협화음(不協和音, dissonance)은 음악에서 동시에 또는 연속적으로 울리는 두 개 이상의 음이 만들어내는 소리의 조화 및 부조화를 구분하는 개념이다. 협화음은 '어울림음', 불협화음은 '안어울림음'이라는 순우리말로도 불린다. 이 두 용어는 상호 배제에 의해 서로를 정의하는 구조적 이분법을 형성한다. 즉, 협화음은 불협화음이 아닌 것이고, 불협화음은 협화음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실제 청취 경험에서는 완전한 협화음부터 극단적인 불협화음까지 연속적인 스펙트럼(gradation)이 존재한다.
역사적 정의의 변천
협화음과 불협화음의 구분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그 정의가 변화해 왔다. 독일의 작곡가이자 음악이론가인 파울 힌데미트(Paul Hindemith)는 1942년 저서 『작곡의 기법』(The Craft of Musical Composition)에서 "이 두 개념은 완전히 설명된 적이 없으며, 수천 년 동안 정의들이 다양하게 표현되어 왔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 학파는 두 음의 진동수 비율이 낮은 정수비(예: 1:2의 옥타브, 2:3의 완전5도)를 가질 때 협화음이 되고, 복잡한 정수비(예: 8:9, 243:256)를 가질 때 불협화음이 된다고 설명하였다. 이는 협화음의 본질을 음향학적 대상의 물리적 속성에서 찾는 접근법의 시초라 할 수 있다.
17세기에 배음(倍音, harmonic partials)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설명 방식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19세기 독일의 물리학자 헤르만 폰 헬름홀츠(Hermann von Helmholtz)는 불협화음이 거친 느낌을 주는 이유를 배음들 간의 맥놀이(beat) 현상으로 설명하였다. 옥타브나 완전5도와 같은 음정은 두 음의 배음 사이에 공유되는 주파수가 많아 부딪힘이 적고, 좁은 음정일수록 배음 간 충돌이 심해져 불협화적으로 들린다는 것이다.
음향학적·심리생리학적 관점
현대 음향학 및 심리생리학에서는 협화음과 불협화음을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설명한다.
- 진동수 비율: 두 음의 진동수 비율이 단순한 정수비에 가까울수록 협화적으로 지각된다. 완전8도(1:2), 완전5도(2:3), 완전4도(3:4) 등이 대표적인 완전협화음정이다.
- 배음의 일치(coincidence of partials): 두 음의 배음열에서 공통된 주파수가 많을수록 융합(fusion)되어 협화적으로 들린다.
- 맥놀이 현상: 두 음의 배음 주파수가 근접하지만 일치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주기적인 진폭 변동이 불협화의 감각을 유발한다.
그러나 음향학적 기준만으로는 협화음과 불협화음의 구분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잘 조율된 장7도(7:8)는 조율이 부정확한 완전5도(200:301)보다 더 단순한 정수비를 가지지만, 음악적 맥락에서는 장7도가 일반적으로 불협화음정으로 간주된다.
음악적·문화적 관점
음악적 맥락에서 협화음과 불협화음의 구분은 주관적이고 관습적이며, 문화와 양식, 시대에 의존한다. 서양 음악의 전통에서는 일반적으로 완전1도, 완전8도, 완전5도, 완전4도 등을 완전협화음정으로, 장3도·단3도·장6도·단6도 등을 불완전협화음정으로, 장2도·단2도·장7도·단7도 및 모든 증음정·감음정을 불협화음정으로 분류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는 절대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장2도 음정은 J.S. 바흐의 18세기 전주곡에서는 불협화음으로 처리되었을 것이나, 20세기 초 클로드 드뷔시의 작품이나 현대 무조음악에서는 협화적으로 지각될 수 있다. 이는 협화/불협화의 판단이 청자의 친숙도와 음악적 전문성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음을 보여준다.
불협화음의 해결
서양 조성음악의 기본 원리 중 하나는 불협화음이 협화음으로 진행하여 해결(resolution)되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준비(preparation) - 불협화(dissonance) - 해결(resolution)"의 3단계로 설명된다. 예를 들어, C장조에서 딸림7화음(G7: G-B-D-F)의 F음은 불협화음으로 간주되며, 일반적으로 종지(cadence) 과정에서 E음으로 하행 해결되어 C장조 화음으로 진행한다. 이러한 긴장과 이완의 원리는 조성음악의 구조적 동력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이다.
현대적 의의
20세기 이후 무조음악, 재즈, 실험음악 등의 발달과 함께 협화음과 불협화음의 경계는 더욱 유연해졌다. 현대 음악에서는 전통적으로 불협화음으로 분류되던 음정이나 화음이 별도의 해결 없이 독자적인 음향적 가치를 지닌 채 사용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일부 학자들은 협화음과 불협화음을 포괄하는 중립적 용어로 '소넌스'(sonance)라는 개념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참고 문헌
- Hindemith, Paul (1942). The Craft of Musical Composition, vol. I, translated by Arthur Mendel. New York: Associated Music Publishers.
- Helmholtz, Hermann von (1885). On the Sensations of Tone as a Physiological Basis for the Theory of Music, translated by Alexander J. Ellis. London: Longmans, Green.
- Schoenberg, Arnold (1978). Theory of Harmony, translated by Roy E. Carter.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 이석원 (2005). "협화음/불협화음", 『홍정수음악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