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윌버포스 갠디(Helen Wilburforce Gandy, 1897년 4월 8일 ~ 1988년 7월 7일)는 미국의 공무원이자 행정 비서로, 54년 동안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 존 에드거 후버(J. Edgar Hoover)의 개인 비서 및 행정 보좌관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후버는 그녀를 가리켜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라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애와 출신 배경
갠디는 1897년 4월 8일 미국 뉴저지주의 록빌(Rockville)에서 태어났다. 일부 자료에서는 페어튼(Fairton) 또는 커머셜 타운십의 포트 노리스(Port Norris) 지역에서 성장한 것으로 기록하며 자료에 따라 상이하다. 그녀는 뉴저지주 브리지턴 고등학교(Bridgeton High School)를 졸업한 뒤, 1918년 21세의 나이로 워싱턴 D.C.로 이주했다. 이후 스트레이어 비즈니스 칼리지(Strayer Business College)와 조지 워싱턴 대학교 법학대학원에서 수업을 들었다.
경력
갠디는 1918년 워싱턴 D.C.의 한 백화점에서 잠시 일한 후, 같은 해 법무부(Justice Department)에서 서류 정리원(file clerk)으로 취직했다. 이후 수 주 만에 당시 법무부에서 재직 중이던 후버의 타이피스트로 배치되었으며, 그 인연으로 이후 수십 년간 후버 곁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후버가 1921년 수사국(Bureau of Investigation, FBI의 전신)의 부국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 갠디를 함께 데려갔고, 후버가 1924년 수사국장이 된 이후에도 갠디는 계속해서 그의 곁에서 일했다. 갠디는 1937년 '사무 보조(officer assistant)', 1939년 '행정 보좌관(executive assistant)'으로 승진했으며, 그 직함은 1972년 후버가 사망한 날 그녀가 퇴직할 때까지 유지되었다.
갠디와 후버의 관계는 격식을 중시하는 엄격한 관계로 묘사된다. 후버는 평생 그녀를 "미스 갠디"라고만 부르며 이름으로 부른 적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후버의 전기 작가들은 갠디를 후버의 대외 접촉에 대한 "첫 번째 방어선"으로 묘사하기도 했으며,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로버트 F. 케네디가 후버와의 직통 전화를 설치했을 때 후버가 이를 거부하고 "미스 갠디의 책상에 두라"고 한 일화가 알려져 있다.
후버 사망 후의 파일 처리 논란
후버가 1972년 5월 사망하자, 갠디는 그의 지시에 따라 개인 파일(Personal File)을 파기하는 작업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버의 비공식·비밀 파일에는 정치인·유명인사 등에 대한 민감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갠디는 후버의 워싱턴 자택 지하실 등에서 수 주에 걸쳐 이 자료들을 분류하고 파기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1975년 미국 하원 정부 운영 위원회가 FBI의 불법 감시 프로그램(COINTELPRO)과 관련된 청문회를 열면서 갠디는 증인으로 소환되어 후버 개인 파일의 처리 경위에 대해 증언했다. 그녀는 "나누어 찢어서 상자에 담아 폐기했다"고 증언했으며, 후버가 사망 전 개인 서류 파기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위원들은 그녀의 증언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에 갠디는 "나는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고 전해진다.
사생활과 말년
갠디는 평생 결혼하지 않았으며, 수십 년간 마거릿 E. 모로(Margaret E. Morrow)와 함께 거주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모로는 1986년 사망했다. 갠디는 후버로부터 그의 유언장을 통해 5,000달러를 상속받았다.
갠디는 1986년 워싱턴 D.C.에서 플로리다주 델랜드(DeLand)로 이주했으며, 1988년 7월 7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사망 당시 나이는 91세였다. 일부 자료는 사망 장소를 인근 오렌지 시티(Orange City)로 기록하기도 한다. 그녀는 열렬한 송어 낚시 애호가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중문화에서의 묘사
갠디는 1987년 TV 영화 《J. 에드가 후버》(J. Edgar Hoover)에서 리 케슬러(Lee Kessler), 2011년 영화 《J. 에드가》에서 나오미 왓츠(Naomi Watts), 2018년 영화 《배드 타임스 앳 더 엘 로얄》(Bad Times at the El Royale)에서 리베카 툴란(Rebecca Toolan)에 의해 연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