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라 세포(HeLa cell)는 1951년 2월 8일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병원에서 자궁경부암 환자였던 헨리에타 랙스(Henrietta Lacks)의 암 조직에서 유래한 세포주이다. 헬라(HeLa)라는 명칭은 헨리에타 랙스의 이름 앞글자를 딴 것이다. 이 세포주는 시험관 내(in vitro)에서 성공적으로 증식한 최초의 인간 세포로, 적절한 배양 조건에서 무한히 분열할 수 있는 불멸(immortal)의 특성을 가진다.
기원 및 발견
헬라 세포는 1951년 조지 가이(George Otto Gey) 박사에 의해 확립되었다. 당시까지 인간 세포는 실험실에서 며칠 이상 생존하지 못하였으나, 헨리에타 랙스의 자궁경부암 조직에서 채취한 세포는 예외적으로 강한 증식력을 보였다. 가이 박사는 이 세포를 분리하여 배양하는 데 성공하였고, 이후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였다. 랙스 본인이나 그녀의 가족은 세포 채취에 대한 동의를 하지 않았으며, 당시 의학계의 관행상 동의 절차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생물학적 특징
헬라 세포는 암세포로서 정상 인간 세포와 여러 차이점을 가진다. 정상 인간 체세포의 염색체 수는 46개이지만, 헬라 세포는 76개에서 80개에 이르는 비정상적인 염색체 수를 가지며, 이 중 22~25개는 헬라 세포에만 특이적인 염색체이다. 헬라 세포는 텔로머레이스(telomerase) 효소가 활성화되어 있어 세포 분열 시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정상 세포의 분열 한계인 헤이플릭 한계(Hayflick limit)를 넘어 무한 증식이 가능하다. 2013년에는 헬라 세포의 완전한 유전체 서열이 밝혀졌다.
연구에서의 활용
헬라 세포는 현대 생명과학 및 의학 연구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세포주 중 하나이다. 1954년 조너스 소크(Jonas Salk)가 소아마비 백신 개발에 헬라 세포를 이용한 것을 시작으로, 암 연구, 에이즈 연구, 유전자 지도 작성, 독성 물질 및 방사선의 영향 연구, 화장품 및 공산품의 인체 민감도 검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었다. 2009년 기준으로 헬라 세포를 이용한 연구는 6만 건 이상 출판되었으며, 관련 특허는 약 11,000건에 달한다. 증식된 헬라 세포의 총량은 약 5천만 톤으로 추정된다.
세포주 오염 문제
헬라 세포는 증식력이 매우 강하여 동일 실험실 내 다른 세포주를 오염시키는 문제를 일으켰다. 1967년 스탠리 가틀러(Stanley Gartler)와 1975년 월터 넬슨-리스(Walter Nelson-Rees)가 이 문제를 처음 보고하였으며, 시험관 내 세포주의 상당수(10~20%)가 헬라 세포에 오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 윤리 문제
헬라 세포는 환자의 동의 없이 채취되어 상업적으로 이용되었다는 점에서 생명윤리 논란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랙스의 가족은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세포의 존재와 연구 이용 사실을 알게 되었다. 2010년 레베카 스클루트(Rebecca Skloot)의 저서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이 출간되면서 이 문제가 널리 알려졌다. 2013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랙스 가족의 동의 아래 헬라 세포주 유전체 데이터에 대한 제한적 접근 방침을 발표하였다. 2023년 8월, 생명공학 기업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tific)이 랙스의 유족과 합의하여 보상하기로 하였다.
새로운 종으로의 제안
진화생물학자 리 밴 베일런(Leigh Van Valen)은 헬라 세포가 인간과 다른 염색체 수와 독자적인 복제 핵형을 가진다는 점을 근거로 학명을 Helacyton gartleri로 하는 새로운 종으로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제안은 과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