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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피리

향피리

정의

향피리(鄕피리)는 당피리(唐피리) 및 세피리(細피리)와 구분되는 한국 전통 관악기로, 신우대(시누대)로 만든 관대(管帶)에 7~8개의 지공(指孔)을 뚫고, 동일한 신우대로 제작한 겹서(겹혀, double reed)를 꽂아 세로로 부는 악기이다. 한자로는 향필률(鄕觱篥)이라 표기하기도 한다.

연원

향피리는 5세기경 고구려가 서역(중앙아시아)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수용된 겹서악기가 한반도식으로 변형·정착된 것이다. 피리 계통 악기는 본래 실크로드 구자국(쿠차)의 대표 악기 중 하나로, 4~5세기 아시아 전반에 전파되었다. 『수서(隋書)』, 『신당서(新唐書)』, 『통전(通典)』 등 중국 사서에는 고구려악에 소피리·도피피리·대피리가 편성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특히 도피피리(桃皮觱篥)는 고구려와 백제에서 주로 사용된 악기로 기록되어 있다.

'향피리'라는 명칭은 조선시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고려시대 『고려사(高麗史)』 「악지(樂志)」에는 당악에 쓰인 피리(9공)와 속악에 쓰인 피리(7공)가 구분되어 기록되었으며, 조선 성종 24년(1493)에 편찬된 『악학궤범(樂學軌範)』에 이르러 향피리(鄕觱篥)라는 명칭과 함께 8공(앞면 7공, 뒷면 1공)의 제도가 확립되어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다.

형태와 구조

향피리의 관대와 서(리드)는 모두 신우대(시누대)로 제작한다. 이는 중국의 관자(管子)가 과일나무 관대에 갈대 리드를 사용하고, 일본의 히치리키(篳篥)가 신우대 관대에 갈대 리드를 사용하는 것과 구별되는 한반도 피리의 특징이다. 갈대보다 밀도가 높고 내구성이 강한 대나무로 리드를 만들기 때문에 강한 요성(搖聲)·추성(推聲)·퇴성(退聲) 등의 주법에도 견딜 수 있다.

현행 향피리 관대의 길이는 약 26cm 내외, 서의 길이는 7~8cm이다. 관대 앞면에 7개, 뒷면에 1개의 지공이 뚫려 있으며, 관대가 갈라지지 않도록 붉은색 명주실을 감아 보강한다. 외관상 마디가 없는 매끄러운 형태가 특징이며, 이는 마디 사이가 넓은 신우대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음역과 주법

향피리의 기본 음역은 탁중려(㑖, A♭3)에서 청태주(汰, F5)까지 약 한 옥타브 반이다. 연주 시 왼손 엄지로 뒷면 제1공을 막고, 왼손 검지·중지·약지로 제2~4공을, 오른손 검지·중지·약지·소지로 제5~8공을 막는다. 향피리에는 '치켜 잡는' 주법이 존재하여, 동일한 운지법으로도 음고를 높일 수 있다. 모든 지공을 막는 '7관' 주법과, 제8공을 열어둔 채 연주하는 '6관' 주법이 전승된다.

서를 입술로 무는 깊이에 따라 음고가 달라지는데, 서를 얕게 물면(빼어 물면) 음이 낮아지고 깊게 물면(당겨 물면) 음이 높아진다. 또한 농음(弄音), 서 치기 등의 특수 주법이 사용된다.

용도와 편성

향피리는 궁중음악, 관속음악, 민간음악에서 두루 사용되었다. 궁중에서는 〈여민락〉, 〈도드리〉, 〈수제천〉, 〈동동〉 등에 편성되었고, 관아의 군영악대에서는 〈취타〉, 〈군악〉 등에서 주선율을 담당하였다. 민간에서는 대풍류(관악합주), 무용 반주, 굿의 무가·무무 반주 등에 널리 쓰였다. 대풍류의 기본 편성은 향피리 2, 대금 1, 해금 1, 장구 1, 북 1 등으로 구성된다.

현황

현재 향피리는 연주 악곡에 따라 정악용 관대와 민속악용 관대로 구분하여 사용한다. 정악용 향피리는 3관(제3지공)에 황종(E♭~E)이 배치되고 전폐음(全閉音)은 A♭이며, 민속악용 관대는 정악용보다 장2도 높아 최저음이 B♭이다. 이 외에도 산조용 피리, 상령산풀이용 등 다양한 관대가 존재하며, 창작음악에서는 음역 확장을 위해 후공 근처에 키(key)를 장착한 변형 향피리도 사용된다.

참고문헌

  • 『악학궤범(樂學軌範)』
  • 『고려사(高麗史)』 「악지(樂志)」
  • 국립국악원, 『국악기 연구보고서』, 2009.
  • 국립국악원, 『피리정악보』, 2015.
  • 송방송, 『증보 한국음악통사』, 민속원, 1994.
  • 진윤경, 『한국의 피리』, 신성출판사, 2012.
  • 이혜구 역, 『신역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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