햐쿠타케 혜성(일본어: 百武彗星, 공식 명칭 C/1996 B2)은 1996년 1월 31일 일본의 아마추어 천문학자 햐쿠타케 유지(百武裕司)에 의해 발견된 장주기 혜성이다. "1996년의 대혜성"이라고도 불렸으며, 그 해 3월 지구에 매우 가까이 접근하여 전 세계에서 육안으로 관측된 바 있다.
발견
햐쿠타케 혜성은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에 거주하던 아마추어 천문학자 햐쿠타케 유지가 대물렌즈 150mm의 쌍안경을 이용해 발견하였다. 발견 당시 혜성의 겉보기등급은 11.0이었으며, 태양으로부터 약 2 AU 떨어져 있었다. 이 혜성은 엄밀히 말해 "햐쿠타케 2 혜성"이다. 햐쿠타케 유지는 몇 주 전에 첫 번째 혜성(햐쿠타케 1 혜성, C/1995 Y1)을 발견한 상태였으며, 두 번째 혜성은 자신이 발견한 첫 번째 혜성 주변을 관찰하던 중 거의 같은 지점에서 두 번째로 발견한 것이다.
궤도 특성
햐쿠타케 혜성의 궤도는 이심률 0.9998946, 긴반지름 약 1700 AU, 근일점 0.2301987 AU인 장주기 혜성이다. 궤도를 역추적한 결과 이 혜성은 약 17,000년 전에 내태양계로 들어온 적이 있으며, 오르트 구름에서 처음 온 혜성이 아니라 태양 주변을 여러 차례 지나간 혜성으로 추정되었다. 1996년 태양계를 통과하면서 목성형 행성들의 중력섭동을 받아 궤도가 크게 늘어나, 다음 내태양계 진입은 약 7만 년 후로 예상된다.
지구 접근
혜성은 1996년 3월 25일 지구로부터 0.1 AU(약 1,500만 km) 지점을 통과하였는데, 이는 최근 200년 동안 지구에 이보다 가깝게 접근한 혜성이 없을 정도로 근접한 것이었다. 당시 혜성의 밝기는 0등급에 달했고, 꼬리는 80°까지 늘어났다. 혜성은 천구의 북극과 북극성 근처를 지나 북반구에서 밤새 육안으로 관측이 가능했으며, 혜성의 앞부분이 녹색으로 보였는데 이는 탄소 분자(C₂)의 강한 방출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에서는 이론적으로 3월 24일부터 28일까지 육안 관측이 가능했으며, 3월 26일 저녁부터 27일 새벽이 최적 관측 시간대였다. 다만 당일 전국적인 구름으로 인해 관측 행사 대부분이 무산되었다.
근일점 통과와 이후
혜성은 1996년 5월 1일 태양으로부터 수성보다 가까운 0.23 AU 지점의 근일점을 지났으며, 이후 급격히 어두워졌다. 마지막 관측은 1996년 11월 2일에 이루어졌다.
주요 과학적 성과
햐쿠타케 혜성은 관측 과정에서 여러 중요한 과학적 성과를 남겼다.
첫째, 혜성에서 최초로 X선 방출이 관측된 사례이다. ROSAT 탐사선을 통한 측정 결과 햐쿠타케 혜성은 강한 X선을 방출하고 있었으며, 이후 이 현상은 태양풍의 하전 입자와 혜성에서 방출되는 중성 입자(대표적으로 산소와 수소) 간의 충돌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둘째, 혜성에서 에테인(ethane)과 메테인(methane)이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화학 분석 결과 이 두 물질의 존재 비율이 거의 같았으며, 혜성의 얼음은 약 20 K 이하의 온도에서 형성되었고 평균보다 밀도가 높은 성간 구름에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율리시스 탐사선이 의도치 않게 햐쿠타케 혜성의 꼬리를 통과하였다. 2000년에 확인된 이 사실에 따라, 햐쿠타케 혜성의 꼬리 길이는 약 3억 6천만 km(3.8 AU)로 측정되었으며, 이는 현재까지 관측된 혜성 중 가장 긴 꼬리로 기록되어 있다.
넷째, 허블 우주 망원경과 아레시보 천문대의 레이다 관측을 통해 혜성 핵의 지름이 약 4.2~4.8 km임이 밝혀졌다. 핵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음에도 불구하고 밝게 보였던 이유는, 대부분의 혜성이 표면의 일부만 활성화되는 데 비해 햐쿠타케 혜성은 거의 모든 표면이 활성화되어 먼지를 대량 방출했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명칭
햐쿠타케 혜성의 이름은 발견자 햐쿠타케 유지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혜성의 공식 명칭은 C/1996 B2이며, "C"는 장주기 혜성을, "1996 B2"는 1996년에 발견된 두 번째 B(1월 하순~2월 상순) 혜성임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