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젠 원소(halogen elements)는 주기율표 제17족에 속하는 화학 원소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현대 IUPAC 명명법에서 이 족은 17족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플루오린(F, 원자 번호 9), 염소(Cl, 17), 브로민(Br, 35), 아이오딘(I, 53), 아스타틴(At, 85), 테네신(Ts, 117)의 여섯 가지 원소로 구성된다. 다만 일부 학자는 테네신의 화학적 특성이 아직 실험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고 이론적으로 갈륨과 더 유사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할로젠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어원
"할로젠"이라는 용어는 그리스어 hals(ἅλς, "소금")와 genein(γενεῖν, "낳다")에서 유래하였으며, "소금 생성자" 또는 "소금 제조자"를 의미한다. 1811년 독일 화학자 요한 슈바이거(Johann Schweigger)가 처음 이 이름을 제안하였으나 당시에는 채택되지 않았다. 이후 1826년 스웨덴 화학자 옌스 야코브 베르셀리우스(Jöns Jacob Berzelius)가 플루오린, 염소, 아이오딘에 대해 이 용어를 다시 제안하였고, 이들 원소가 알칼리 금속과 반응하여 바닷소금과 유사한 염을 생성하는 데서 유래한 명칭이 정착되었다.
구성 원소
할로젠 원소는 플루오린(F), 염소(Cl), 브로민(Br), 아이오딘(I), 아스타틴(At), 테네신(Ts)으로 구성된다. 이 중 플루오린, 염소, 브로민, 아이오딘은 자연계에 안정 동위 원소의 형태로 존재한다. 아스타틴은 모든 동위 원소가 방사성이며 반감기가 짧아 자연에는 극미량만 존재한다. 테네신은 인공 합성 원소로, 2010년에 처음 합성되었으며 2016년 IUPAC에 의해 정식 명칭이 확정되었다.
물리적 성질
할로젠 원소는 표준 온도 압력에서 세 가지 주요 물질 상태를 모두 포함하는 유일한 주기율표 족이다. 플루오린과 염소는 기체, 브로민은 액체, 아이오딘은 고체 상태로 존재한다. 아스타틴과 테네신은 고체로 추정되나 방사성으로 인해 정확한 물리적 성질 측정이 어렵다. 원자 번호가 증가할수록 녹는점과 끓는점이 상승하며, 색깔도 진해지는 경향이 있다. 플루오린은 담황색, 염소는 녹황색, 브로민은 적갈색, 아이오딘은 흑자색을 띤다.
화학적 성질
할로젠 원소는 최외각 전자껍질에 7개의 원자가 전자(ns²np⁵)를 가지고 있어, 전자 1개를 얻어 -1가의 음이온(X⁻)이 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로 인해 반응성이 매우 크며, 특히 알칼리 금속과 격렬히 반응하여 염을 생성한다. 전기 음성도와 반응성은 플루오린이 가장 크고, 원자 번호가 증가할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플루오린은 모든 원소 중 가장 전기 음성도가 높고 반응성이 큰 원소로, 비활성 기체와도 화합물을 형성할 수 있다.
할로젠 원소는 모두 이원자 분자(X₂) 형태로 존재하며, 수소와 반응하여 할로젠화 수소(HX)를 형성한다. 이들은 물에 녹아 산이 되는데, 플루오린화 수소(HF)는 약산이나 나머지는 모두 강산이다. 플루오린을 제외한 할로젠은 +1, +3, +5, +7 등 다양한 산화 상태를 가질 수 있다.
발견 역사
염소는 1774년 칼 빌헬름 셸레(Carl Wilhelm Scheele)가 처음 분리하였으나, 원소임이 확인된 것은 1807년 험프리 데이비(Humphry Davy)에 의해서였다. 아이오딘은 1811년 베르나르 쿠르투아(Bernard Courtois)가 발견하였다. 브로민은 1826년 앙투안 제롬 발라르(Antoine Jérôme Balard)가 발견하였다. 플루오린은 반응성이 너무 커 분리가 어려웠으나, 1886년 앙리 무아상(Henri Moissan)이 전기 분해법으로 성공적으로 분리하였다. 아스타틴은 1940년 데일 R. 코슨, K. R. 매켄지, 에밀리오 지노 세그레가 비스무트에 알파 입자를 충돌시켜 합성하였다. 테네신은 2010년 유리 오가네샨 연구진이 버클륨-249와 칼슘-48을 충돌시켜 합성하였다.
생산
염소는 암염(halite)의 전기 분해를 통해 연간 약 4,000만 톤이 생산된다. 플루오린은 형석(fluorite)에서 얻은 플루오린화 수소를 전기 분해하여 연간 약 15,000톤이 생산된다. 브로민은 염수(brine)로부터 연간 약 45만 톤이 생산되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요 생산국이다. 아이오딘은 칠레와 일본이 주요 생산국으로 연간 약 22,000톤이 생산된다.
용도
염소와 브로민은 음용수, 수영장 등의 소독제로 널리 사용된다. 염소에서 생산되는 하이포아염소산 나트륨은 표백제의 활성 성분이다. 플루오린은 치약과 수돗물 불소화를 통한 충치 예방에 사용된다. 아이오딘은 상처 소독제(아이오딘 팅크)로 사용된다. 할로젠 램프는 텅스텐 필라멘트 전구에 소량의 할로젠(아이오딘 또는 브로민)을 첨가하여 수명을 연장한 조명 기구이다. 브로민 화합물은 난연제로 널리 사용된다.
생물학적 역할과 독성
염소(염화물 이온 형태)는 인간을 포함한 많은 생물종에 필수적이며, 위산 생성과 신경 전달에 관여한다. 아이오딘은 갑상선 호르몬(티록신)의 구성 성분으로 필수 미량 원소이다. 플루오린은 치아 법랑질 강화에 기여한다. 브로민의 생물학적 역할은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으나 최근 연구에서 콜라겐 합성에 관여할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할로젠 원소는 자유 상태에서 독성이 강하다. 플루오린 가스는 극도로 유독하며, 염소 가스는 제1차 세계 대전 중 화학 무기로 사용된 바 있다. 무거운 할로젠으로 갈수록 독성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