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디트리히 겐셔
한스디트리히 겐셔(Hans-Dietrich Genscher, 1927년 3월 21일 ~ 2016년 3월 31일)는 독일의 자유민주당(FDP) 소속 정치인이자 외교관이다. 서독의 내무장관을 거쳐 서독 및 통일 독일의 부총리 겸 외무장관을 역임하였다. 독일 현대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외무장관직을 수행한 인물로, 독일의 재통일 과정에서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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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및 정치 입문 1927년 당시 독일 제국의 프로센주 라이데부르크(현재의 작센안할트주 할레)에서 태어났다. 제2차 세계 대전 말기인 1945년 독일 국방군에 징집되었으며, 전쟁 종료 후 법학을 전공하였다. 1952년 동독에서 서독으로 이주한 뒤 자유민주당(FDP)에 입당하여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하였다. 1965년 연방의회 의원으로 당선되었으며, 1969년 빌리 브란트가 이끄는 사교-자민당 연립정부에서 내무장관으로 입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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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장관 역임과 외교 정책 1974년 헬무트 슈미트 총리 내각의 부총리 겸 외무장관으로 임명되었다. 1982년 연립정부의 파트너를 기독교민주연합(CDU)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직을 유지하여 헬무트 콜 내각에서도 외무장관으로 활동하였다.
그의 외교 철학은 흔히 ‘겐셔주의(Genscherism)’라고 불린다. 이는 냉전 체제 하에서 동서 진영 간의 대화와 긴장 완화(데탕트)를 중시하며,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협상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려는 태도를 의미한다. 그는 헬무트 콜 총리와 협력하여 독일의 통일 기반을 닦는 데 주력하였다.
- 독일 통일에서의 역할 1989년 동유럽의 민주화 열풍 속에서 겐셔는 통일을 향한 결정적인 순간들을 이끌었다. 특히 1989년 9월 30일, 체코슬로바키아 프라하 주재 서독 대사관에 머물던 수천 명의 동독 망명객들에게 "오늘 우리는 여러분의 출국이 가능해졌음을 알리기 위해 왔습니다"라는 역사적인 연설을 통해 그들의 서독행을 실현시켰다.
이후 1990년 독일의 통일을 국제적으로 승인받기 위한 '2+4 협상'(제2차 세계 대전 전승 4개국과 남북한이 아닌 동·서독 2개국 간의 협상)에서 서독 측 대표로서 탁월한 외교적 역량을 발휘하여 독일의 완전한 주권 회복과 통일을 성사시켰다.
- 퇴임과 사망 1992년 외무장관직에서 사임하며 정계 일선에서 물러났다. 은퇴 후에도 국제 관계에 관한 자문 및 강연 활동을 지속하였으며, 독일 통일과 유럽 통합에 기여한 공로로 다수의 훈장과 상을 받았다. 2016년 3월 31일, 향년 89세를 일기로 본 인근 자택에서 심부전으로 사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