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델브뤼크(Hans Delbrück, 본명: 한스 고틀리프 레오폴트 델브뤼크, Hans Gottlieb Leopold Delbrück)는 독일의 역사가이자 정치인이다. 1848년 11월 11일 프로이센 왕국의 뤼겐(Rügen) 섬 베르겐(Bergen)에서 태어나 1929년 7월 14일 베를린에서 사망했다. 그는 근대 군사사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생애
델브뤼크는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와 본 대학교에서 역사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보불전쟁(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 병사로 참전한 경력이 있으며, 1874년에는 독일 황실의 발데마르 왕자의 개인 교사를 지냈다. 이후 1882년부터 1885년까지 프로이센 의회 의원, 1884년부터 1890년까지 독일 제국의회 의원으로 활동했다. 1883년부터는 《프로이센 연보》(Preußische Jahrbücher)의 편집진으로 참여하여 1889년부터 1920년까지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1885년부터는 베를린 대학교에서 근대사 교수로 재임했으며, 그의 강의는 인기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문적 업적
델브뤼크의 가장 대표적인 저작은 4권으로 구성된 《정치사의 범주에서 본 병법의 역사》(Geschichte der Kriegskunst im Rahmen der politischen Geschichte, 1900~1908)이다. 이 저서에서 그는 전쟁을 정치·경제·문화적 조건과 분리할 수 없는 사회적 산물로 간주하고, 군사사를 일반 역사의 틀 안에서 다루고자 했다.
그는 고대 사료에 기록된 군대 규모의 수치가 과장되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인구학·경제학 등의 보조 학문을 활용하여 이를 비판적으로 재검토했다. 예를 들어 마라톤 전투, 가우가멜라 전투, 자마 전투 등 유명 고대 전투에 대한 기존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며 전혀 다른 해석을 제시했다. 그는 로마가 "야만족"에 대해 가진 우위가 주로 훈련이나 전술이 아닌 우수한 병참 지원과 물자 수급 능력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중세 전쟁사에 관해서는 기사(騎士), 기마 전사, 그리고 기병(騎兵)을 구분하는 독자적 이론을 제시했으며, 중세 전사가 전술적으로 유의미한 부대 단위를 형성하지 못하는 독립적인 개별 전투자였다고 보았다. 이 결론은 이후 벨기에 역사가 장 프랑수아 베르브뤼헌(J. F. Verbruggen) 등 후대 학자들에 의해 검증되기도 했다.
근대 전쟁사에 관해서는 클라우제비츠의 사상에 영향을 받아 상대를 "소진시키는 전략"(Ermattungsstrategie)과 "전복시키는 전략"(Niederwerfungsstrategie)을 구분하는 이론을 발전시켰다. 그는 프리드리히 대왕의 전쟁을 분석하면서 프로이센이 수적 열세로 인해 소진 전략을 채택했다고 결론지었다.
정치 활동과 제1차 세계대전
델브뤼크는 자유보수당 소속으로 활동했으며, 덴마크인과 폴란드인에 대한 프로이센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여 두 차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 초기부터 그는 방어적인 군사·정치 전략 외에는 승리의 가능성이 낮다고 보았으며, 무제한 잠수함 전쟁에 대해서도 전술적 근거에서 강력히 반대하여 그것이 미국을 전쟁에 참전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후 베르사유 평화회의에서는 독일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여하여 독일이 전쟁 발발에 단독 책임이 있다는 주장에 반박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가족
델브뤼크의 아들 막스 델브뤼크(Max Delbrück)는 물리학 분야에서 선구적 연구를 수행한 과학자로, 1969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딸 에미(Emmi)는 독일 저항 운동가 클라우스 본회퍼와 결혼하여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의 처제가 되었다.
주요 저서
- 《페르시아 전쟁과 부르고뉴 전쟁》(Die Perserkriege und die Burgunderkriege, 1887)
- 《프리드리히 대왕의 전략을 통해 설명한 페리클레스의 전략》(Die Strategie des Perikles erläutert durch die Strategie Friedrichs des Grossen, 1890)
- 《야전원수 그나이제나우 백작의 생애》(Das Leben des Feldmarschalls Grafen Neithardt von Gneisenau, 1894)
- 《정치사의 범주에서 본 병법의 역사》(Geschichte der Kriegskunst im Rahmen der politischen Geschichte, 4권, 1900~1908)
- 《정부와 국민의 의지》(Regierung und Volkswille, 1914)
델브뤼크는 군사사를 단순한 전투 기록이 아닌 정치·경제·사회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관점을 확립한 학자로, 근대 군사사 연구의 방법론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역사학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