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악마(The White Devil)는 여러 맥락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가장 대표적으로는 영국의 자코비언(Jacobean) 시대 극작가 존 웹스터(John Webster, 1580?~1634?)가 1612년에 발표한 비극 작품의 제목이다. 또한 서브컬처를 중심으로 특정 인물이나 존재에게 붙는 이명(異名)으로도 널리 사용된다.
문학 작품
존 웹스터의 《하얀 악마》(원제: The White Devil; or, The Tragedy of Paulo Giordano Ursini, Duke of Brachiano)는 1612년 런던의 로즈 극장에서 초연된 것으로 추정되는 복수 비극이다. 이 작품은 16세기 이탈리아 궁정 사회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극의 중심 인물은 비토리아 코롬보나(Vittoria Corombona)로,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와 화려한 언변, 정치적 수완을 갖추었으나 금지된 사랑과 권력을 위해 살인과 범죄를 서슴지 않는 인물로 그려진다. 제목인 '하얀 악마'는 겉으로는 아름답고 하얗지만 내면은 악마와 같은 비토리아를 가리킨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내연 관계였던 비토리아와 브라치아노 공작은 각자의 배우자를 살해한 뒤 파두아로 도피하여 결혼식을 올린다. 이에 추기경과 유력 귀족 가문이 복수를 위해 두 사람을 추격하고, 결국 브라치아노 공작과 비토리아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 브라치아노의 비서이자 비토리아의 친동생인 플라미니오 역시 이 불륜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살해당한다. 웹스터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 존재를 둘러싼 어둠과 세상의 악과 고통에 대한 심오한 의식을 반영하였으며, 셰익스피어 이후 가장 뛰어난 복수 비극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서브컬처에서의 용례
서브컬처 영역에서 '하얀 악마'는 주로 흰색을 퍼스널 컬러로 사용하는 최강급 에이스 파일럿이나 캐릭터에게 적측에서 붙이는 이명으로 사용된다. 이 용법이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이다. 특히 주인공 아무로 레이(Amuro Ray)와 그가 탑승하는 RX-78-2 건담이 '연방의 하얀 악마'로 불리면서 널리 퍼졌다. 《기동전사 V건담》의 빅토리 건담과 V2건담, 《∀건담》의 건담 자체, 《기동전사 건담 AGE》의 아세무 아스노 등도 이 이명을 가진 사례에 포함된다.
이 외에도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의 타카마치 나노하, 《메탈기어 시리즈》의 라이덴, 《코드 기아스》의 쿠루루기 스자쿠 등 다양한 작품의 캐릭터들이 '하얀 악마' 또는 유사한 이명(하얀 사신, 하얀 마왕 등)으로 불린 사례가 존재한다.
기타 용례
실존 인물과 관련해서는 핀란드의 저격수 시모 해위해(Simo Häyhä)가 '하얀 악마'로 불렸다는 주장이 있으나, 그의 실제 이명인 러시아어 'Белая Смерть'(볠라야 스몌르트)는 '하얀 죽음' 또는 '하얀 사신'에 가까운 의미로, '하얀 악마'와는 엄밀히 구분된다. 다만 대중문화에서 이 두 표현이 혼용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일부 창작물에서는 흰색 방역복을 입고 유해 생물을 제거하는 구제업자를 '하얀 악마'로 지칭하는 용례도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