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갈 (히브리어: הָגָר, Hagar; 그리스어: Ἁγάρ; 아랍어: هاجر, Hajar)은 구약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인물로,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의 이집트인 여종이었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에서 모두 중요한 인물로 다루어지며, 아브라함의 맏아들 이스마엘의 어머니이다.
어원
히브리어 이름 '하가르'(הָגָר)의 정확한 어원은 명확하지 않으나, '낯선 사람' 또는 '이방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아랍어로는 '하자르'(هاجر)라고 부른다.
성경 속 생애
구약성경 창세기(16장, 21장)에 따르면, 하갈은 아브라함(당시 아브람)의 아내 사라(당시 사래)의 이집트인 여종이었다. 사라가 오랫동안 임신하지 못하자, 사라는 하갈을 아브라함에게 첩으로 주어 대리 출산을 통해 자녀를 얻고자 하였다. 하갈이 임신한 후 자신의 여주인 사라를 멸시하기 시작하면서 두 여성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였다. 사라가 하갈을 학대하자 하갈은 도망쳐 광야로 나갔고, 그곳에서 천사를 만나 사라에게 돌아가 복종할 것과 아들을 낳아 이스마엘이라 이름 지을 것을 지시받았다. 천사는 또한 이스마엘이 큰 민족을 이룰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하갈은 이 경험 후 하나님을 '엘 로이'(El Roi,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라고 불렀는데, 이는 성경에서 인간이 신의 이름을 직접 지어 부른 유일한 사례로 기록되어 있다.
이후 사라가 아들 이삭을 낳자, 이스마엘이 이삭을 조롱하는 것을 본 사라는 아브라함에게 하갈과 이스마엘을 쫓아낼 것을 요구하였다. 아브라함이 이를 근심하자, 하나님은 사라의 요구를 따르되 이스마엘도 큰 민족이 되게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아브라함은 하갈에게 떡과 물을 주어 광야로 내보냈고, 하갈과 이스마엘은 브엘세바 광야에서 방황하다 물이 떨어져 위기에 처했으나, 하나님의 도움으로 우물을 발견하고 생존하였다. 이후 하갈과 이스마엘은 바란 광야에 정착하였으며, 하갈은 이스마엘을 위해 이집트 출신의 아내를 구해주었다.
이슬람교에서의 하갈
이슬람교에서 하갈(하자르)은 아브라함(이브라힘)의 두 번째 아내로 존중받는다. 쿠란에 이름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지만, 전통적으로 수라 이브라힘(14:37)의 구절과 연관되어 해석된다. 이슬람 전통에 따르면, 하갈과 이스마엘(이스마일)은 쫓겨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메카 지역에 정착하였다. 하갈이 물을 찾아 사파와 마르와 두 언덕 사이를 일곱 번 달린 이야기는 이슬람 순례(하지) 의식의 일부로 기념되며, 이때 기적적으로 솟아난 샘이 잠잠(Zamzam)의 샘으로 알려져 있다.
신약성경에서의 해석
사도 바울로는 갈라디아서(4장 21~31절)에서 하갈과 사라를 두 언약의 비유로 사용하였다. 하갈은 시내산에서 주어진 율법(옛 언약)과 종의 신분을 상징하고, 사라는 약속에 의한 새 언약과 자유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역사적·문화적 영향
하갈은 문학과 예술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어 왔다. 19세기 이후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신학자들과 페미니스트 신학자들은 하갈의 이야기를 노예제와 인종적 억압의 맥락에서 재조명하였다. 현대 이스라엘에서는 '하갈'이라는 이름이 팔레스타인 및 아랍 세계와의 화해를 지지하는 정치적 의미를 담아 여자 아이의 이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