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프 오토 룽게(Philipp Otto Runge, 1777년 7월 23일 ~ 1810년 12월 2일)는 독일의 화가, 드로잉 작가, 색채 이론가이다.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와 함께 독일 낭만주의 회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생애
룽게는 스웨덴령 포메라니아(현재 독일 북동부)의 볼가스트(Wolgast)에서 선박 건조업을 하는 가문의 아홉 번째 자녀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폐결핵에 걸려 평생 건강이 좋지 않았다. 청년 시절에는 상인으로서의 수련을 쌓았으나, 이후 화가로서의 길을 선택하였다.
그는 코펜하겐 아카데미(1798~1801)에서 옌스 율(Jens Juel)과 니콜라이 아빌드고르(Nicolai Abildgaard) 밑에서 수학하였고, 드레스덴 아카데미(1801~1804)에서 안톤 그라프(Anton Graff)의 지도를 받았다. 드레스덴 시절에는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 작가 루트비히 티크(Ludwig Tieck) 등을 만나 낭만주의 사상에 접근하였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와도 색채 연구를 주제로 교류하고 서신을 주고받았다.
1804년 드레스덴에서 폴리네 바셍게(Pauline Bassenge)와 결혼하여 함부르크로 이주하였다. 룽게는 1810년 12월 2일, 나폴레옹 시기 프랑스에 병합된 함부르크에서 결핵으로 사망하였다. 사망 당시 그의 나이는 33세였고, 생애 예술 활동 기간은 약 10년 남짓에 불과하다.
주요 작품과 예술 세계
룽게의 가장 중요한 기획 프로젝트는 연작 《시간들(Tageszeiten)》이다. 이는 하루·한 해·세계의 시간 변화를 우의적(寓意的)으로 형상화한 네 부분으로 된 작품으로, 각각 아침, 낮, 저녁, 밤을 주제로 한다. 그는 이 연작을 음악과 시와 건축이 결합된 총체 예술(Gesamtkunstwerk)의 일부로 구상했으나, 완성된 채 남은 회화는 《아침》뿐이며 나머지는 도안과 드로잉 단계에 머물렀다. 특히 1808년작 《위대한 아침(Der große Morgen)》은 그의 최고작으로 꼽힌다.
그는 상징과 알레고리가 풍부한 화풍으로 유명하며, 자연과 인간, 종교적 신비를 탐구하는 철학적 성격의 작품을 남겼다. 주요 초상화 작품으로 《휠젠베크의 아이들》(1805~06), 《가족 및 자화상》(1805, 1931년 화재로 소실), 《아티스트의 부모님》(1806) 등이 있다. 미술사가 로버트 휴즈는 룽게를 "독일이 배출한 윌리엄 블레이크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고 평하였다.
색채 이론
룽게는 색채 이론에도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그는 1807년경 삼원색(노랑, 빨강, 파랑)과 흰색·검은색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색채 구(球, Farbenkugel)' 개념을 발전시켰다. 이를 설명한 저서 《색채의 구》(1810)는 그가 사망한 해에 함부르크에서 출판되었으며, 괴테는 그의 《색채론》에서 이 저작을 높이 평가하였다. 룽게의 색채 구 모델은 이후 알버트 헨리 먼셀(Albert Henry Munsell)의 색채 체계 등 후대 색채 과학 발전에 영향을 주었다.
유산
룽게의 유작 상당수는 사후 그의 미망인 폴리네에 의해 1872년 함부르크 미술관(Kunsthalle Hamburg)에 기증되었다. 그는 독일 낭만주의 회화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그의 작품과 색채 이론은 오늘날까지 미술사 연구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