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록세라(Phylloxera)는 포도나무에 기생하는 해충으로, 학명은 Daktulosphaira vitifoliae이며 노린재목(Hemiptera) 필록세라과(Phylloxeridae)에 속한다. 북아메리카 동부가 원산지이며, 전 세계 포도 재배 지역에서 발견되는 주요 해충이다.
어원
명칭은 그리스어 'φύλλον'(phyllon, 잎)과 'ξηρός'(xēros, 마른)의 합성어로, 잎을 마르게 하는 곤충이라는 의미에서 유래하였다.
형태 및 특징
필록세라는 몸길이가 약 1mm 내외로 매우 작으며, 농황색을 띤다. 일반적으로 날개가 없으나 환경에 따라 날개가 있는 개체도 나타난다. 진딧물과 근연 관계에 있으며, 포도나무의 뿌리와 잎에서 즙을 빨아먹으며 생활한다.
생활사
필록세라는 최대 18단계에 이르는 복잡한 생활 주기를 가진다. 주요 형태로는 유성형(sexual form), 잎형(leaf form), 뿌리형(root form), 날개형(winged form)의 네 가지가 있다. 단성생식(처녀생식)으로 번식할 수 있어 개체 수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며, 연간 6~9회 발생한다. 알이나 유충 상태로 땅속이나 뿌리에서 겨울을 나고, 봄에 기온이 10°C 이상이 되면 활동을 시작한다.
피해 양상
필록세라는 포도나무 뿌리에 상처를 내고 유독한 분비물을 주입하여 뿌리가 환상박피(環狀剝皮)되도록 만든다. 이로 인해 포도나무로의 영양분과 수분 공급이 차단되어 점차 고사한다. 유럽종 포도나무(Vitis vinifera)는 이 해충에 매우 취약한 반면, 북미 원산 포도 종들은 자연적인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
19세기 유럽의 필록세라 대재앙
19세기 후반, 필록세라는 유럽 포도 재배 산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다. 1850년대 영국의 식물학자들이 북미산 포도나무 표본을 수집하면서 유럽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1863년 프랑스 남부 론(Rhône) 지역에서 처음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포도나무 고사 현상이 보고된 이후 대륙 전체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프랑스의 경우 포도주 생산량이 1875년 8,450만 헥토리터에서 1889년 2,340만 헥토리터로 급감하였다. 일부 추정에 따르면 유럽 포도밭의 3분의 2에서 10분의 9가량이 파괴되었다.
방제 및 대책
필록세라에 대한 효과적인 화학적 방제법은 현재까지 개발되지 않았다. 가장 성공적인 방제 방법은 필록세라에 저항성이 있는 북미산 포도나무 종(Vitis berlandieri, Vitis riparia, Vitis rupestris 등)의 뿌리(대목)에 유럽종 포도나무를 접목(接木)하여 재배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오늘날 전 세계 포도 재배의 표준 관행이 되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모래 토양이나 점판암 토양이 필록세라의 확산을 억제하는 자연적 방어막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필록세라가 없는 지역
칠레는 아타카마 사막, 태평양, 안데스산맥으로 둘러싸인 지리적 격리 덕분에 필록세라로부터 자유로운 지역으로 남아 있다. 또한 호주의 태즈메이니아, 서호주, 남호주 일부 지역과 키프로스도 필록세라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