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협주곡 4번(프로코피예프)은 러시아의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Prokofiev, 1891–1953)가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이다. 정식 명칭은 내림나장조(B플랫 장조)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Op. 53)으로,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오른팔을 잃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외팔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Paul Wittgenstein)의 위촉으로 1931년에 완성되었다.
배경
프로코피예프는 1930년 6월 18일자 일기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위촉 제안을 언급하며, 처음에는 이를 "우스꽝스러운 발상"이라고 생각했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작곡을 마친 후 전달받은 비트겐슈타인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그는 프로코피예프에게 "협주곡에 감사드립니다만, 저는 단 하나의 음표도 이해할 수 없어 연주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한국어 위키백과의 서술에 따르면, 비트겐슈타인의 연주 거부가 단순히 곡을 이해하지 못해서였는지, 기교적인 어려움 때문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이 곡은 프로코피예프의 완성된 피아노 협주곡 중 유일하게 작곡가 생전에 초연되지 못한 작품이다. 최초의 공개 초연은 작곡가가 사망한 후인 1956년 9월 5일 베를린에서 이루어졌으며, 이 역시 전쟁에서 한쪽 손을 잃은 피아니스트 지그프리트 라프(Siegfried Rapp)가 서베를린 방송 교향악단과 함께 마르틴 리히(Martin Rich)의 지휘로 연주한 것이었다. 미국 초연은 1958년 루돌프 제르킨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유진 오르만디 지휘)에 의해, 영국 초연은 1961년 맬컴 빈스에 의해 이루어졌다.
악기 편성 및 구성
이 협주곡은 왼손을 위한 독주 피아노와 함께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2, 호른 2, 트럼펫 1, 트롬본 1, 베이스 드럼 및 현악 합주로 편성되어 있다. 전체 연주 시간은 약 25분가량이며, 총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된다.
- 비바체(Vivace) — 약 4~5분. 빠르게 흐르는 악장으로 주로 피아노의 손가락 기교를 바탕으로 한다.
- 안단테(Andante) — 약 8~13분. 차분하고 장엄하게 전개되는 악장으로, 현악의 수사적이고 반성적인 사용이 두드러진다.
- 모데라토(Moderato) — 약 8~9분. 변형된 소나타 형식을 지니며, 피아노와 타악기 사이의 날카롭고 유희적인 대화가 두드러진다. 일부 평론가들은 이 악장을 "비꼬는 듯한(sarcastic)" 성격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 비바체(Vivace) — 약 1~2분. 첫 악장의 축약된 형태로, 피아노가 피아니시모로 높은 내림나(B플랫7) 음까지 상승하며 갑작스럽게 끝난다.
바깥의 두 악장은 사실상 전주와 후주의 역할을 하며, 중간의 두 악장이 협주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작품은 신고전주의적 음악 재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고전 양식의 관현악법을 바탕으로 한다.
녹음
이 작품은 여러 피아니스트와 지휘자에 의해 녹음되었다. 주요 녹음으로는 존 브라우닝(1968, RCA),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1975, 데카), 레온 플라이셔(1992, 소니), 예핌 브론프만(1993, 소니), 미셸 베로프(1974, EMI), 알렉산더 토라제(1995~1997, 필립스), 장 에플람 바부제(2012, Chandos), 알렉세이 볼로딘(2012, 마린스키) 등의 녹음이 있다. 한국 출신의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녹음(1991, Naxos)도 존재한다.
의의
이 협주곡은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장르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같은 맥락에서 작곡된 모리스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파리지엔느'(파리 풍의 왼손을 위한 협주곡 작품) 등과 함께 비교되곤 한다. 프로코피예프는 이 곡을 양손용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편곡으로 만들 생각도 일부 가졌으나, 실제로는 실행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