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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동

피동(被動)은 한국어 문법에서 주어가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의하여 움직임을 당하는 동사의 성질 또는 그러한 문법 범주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이는 능동(能動)에 대립되는 개념으로, 동사의 태(態) 가운데 하나에 해당한다. 피동이 표현된 문장을 피동문이라 하고, 문법 범주를 강조하여 피동법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수동(受動)이라고도 한다.

피동은 주어가 어떤 행위자(동작주)가 행하는 동작의 목표(대상)가 되는 관계, 즉 '주어(대상) — 부사어(동작주) — 서술어(행위 피동사)'의 관계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능동문 '경찰이 도둑을 잡았다.'는 경찰이 스스로 도둑을 잡은 행위를 표현하지만, 피동문 '도둑이 경찰에(게) 잡혔다.'는 주어인 도둑이 다른 사람인 경찰에 의해 잡힌 행위를 나타낸다. 이와 같이 피동문에서는 본래의 목적어가 새로운 주어가 되어, 본래의 주어로부터 받는 동작이나 작용을 표현한다.

형태적으로는 능동태의 동사에 어간 형성 접미사 '-이-, -히-, -리-, -기-'를 삽입하거나, 본동사에 보조동사 '-지다, -되다'를 접속하여 피동태의 동사형을 만든다. 또한 명사에 '-하다'를 연결한 동사는 '-하다'를 '-당하다, -받다, -되다'로 대치하여 피동사를 형성하기도 한다. 능동사 중에서 피동사로 바뀔 수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타동사이지만, '날리다', '다치다'와 같이 자동사인 경우도 있다.

국어의 피동 구문은 '단형 피동, 장형 피동, 어휘 피동'으로 나눌 수 있다. 단형 피동은 피동 접미사 '-이-, -히-, -리-, -기-' 등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피동사가 서술어로 쓰이는 형태를 말하고, 장형 피동은 '-아/-어지다', '-게 되다'와 같은 보조용언 구성을 통해 실현되는 형태를 말한다. 어휘 피동은 별도의 형태 변화 없이 어휘 자체에 피동의 의미를 지니는 경우를 가리킨다.

피동사는 일부 동사에만 제한적으로 결합할 수 있어 모든 타동사를 피동사로 만들 수는 없다. 피동 접미사가 결합하지 못하는 동사에는 '주다, 받다, 드리다, 바치다'와 같은 수여동사, '얻다, 받다, 잃다, 돕다'와 같은 수혜동사, '만나다, 닮다, 싸우다'와 같이 '와/과'를 필요로 하는 대칭동사, '배우다, 느끼다, 바라다'와 같은 경험동사 등이 있다. 또한 피동접사는 사동접사와 외형이 일치하는 경우가 있어, 목적어의 유무를 통해 사동인지 피동인지를 구분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중세국어와 근대국어에서는 영형태 접미사 피동문, '-이-계' 접미사 피동문, '-오/우-계' 접미사 피동문, '-되다'계 접미사 피동문 등 다양한 유형의 피동 구성이 존재하였다. 그중 영형태 접미사 피동문은 중세국어에서 가장 활발히 쓰였으나 17~19세기를 거치며 점차 쇠퇴하여 현대국어에서는 소멸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어지다' 형태의 장형 피동문은 중세국어에서부터 현대국어에 이르기까지 형태가 유지되어 온 것으로 기술된다.

현대 학교문법에서는 피동의 범위를 단형 피동과 장형 피동의 일부만으로 인정하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타동사 어근 + -이-, -히-, -리-, -기-'와 '용언 어간 + -어지다', '단형 피동 + -어지다' 구성을 피동으로 인정한다. 다만 일부 학자들은 '단형 피동, 장형 피동, 어휘 피동'을 모두 피동 범주에 포함시켜 논의해야 한국어의 다양한 피동 현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능동문과 피동문의 의미가 항상 동일하지 않은 경우(예: '모든 아이가 사과를 한 개 먹었다'의 중의적 해석)나, 대응하는 능동문을 상정하기 어려운 피동문(예: '날씨가 풀렸다')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피동문을 능동문과는 별개의 독립된 문장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어 있다.

이상의 내용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비롯한 공인된 문법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다. 피동 개념의 세부 범주와 문법적 처리 방식에 대해서는 학자 간 견해 차이가 존재하나, 피동 자체가 한국어 문법에서 널리 인정된 확립된 개념임에는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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