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겐(Florigen) 또는 개화 호르몬은 식물에서 개화를 제어하고 유도하는 호르몬 유사 신호 분자이다. 플로리겐은 잎에서 합성된 후 체관(phloem)을 통해 싹 정단 분열조직(shoot apical meristem, SAM)으로 이동하여 꽃눈 분화를 촉진한다.
어원 및 역사: 플로리겐이라는 개념은 1937년 소비에트 아르메니아 출신의 식물 생리학자 미하일 차일라키얀(Mikhail Chailakhyan)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다. 그는 접목 실험을 통해 개화가 유도된 식물에서 유도되지 않은 식물로 개화 신호가 전달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이 가상의 호르몬을 '플로리겐'이라고 명명하였다. 용어는 라틴어로 '꽃'을 뜻하는 flos(floris)와 '생성하다'를 뜻하는 gen의 합성어이다.
생화학적 정체: 오랫동안 그 실체가 밝혀지지 않아 가상의 호르몬으로 여겨졌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연구를 통해 플로리겐의 분자적 정체가 규명되었다.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에서는 FT(FLOWERING LOCUS T) 유전자에 의해 코딩되는 FT 단백질이, 벼에서는 Hd3a 유전자에 의해 코딩되는 Hd3a 단백질이 플로리겐으로 기능한다. 이들 단백질은 잎에서 생성되어 체관을 통해 이동한 뒤, 싹 정단 분열조직에서 14-3-3 단백질 및 FD 전사인자와 결합하여 플로리겐 활성화 복합체(FAC, Florigen Activation Complex)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개화 관련 유전자(AP1, SOC1, SPL 등)의 전사를 활성화한다.
작용 메커니즘: 플로리겐의 합성은 광주기성(photoperiodism)에 의해 조절된다. 애기장대의 경우, CONSTANS(CO) 단백질이 일장 조건에 따라 FT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며, CO 단백질은 광 조건에서만 안정적으로 유지되므로 장일 조건에서 FT 발현이 촉진된다. 이는 식물의 내부 생체 리듬(circadian rhythm)과 환경적 광 신호가 통합되어 개화 시기를 결정하는 체계이다.
안티플로리겐(Antiflorigen): 플로리겐과 길항적으로 작용하여 개화를 억제하는 물질도 존재하는데, 애기장대에서는 TFL1(TERMINAL FLOWER1) 유전자가, 토마토에서는 SP(SELF PRUNING) 유전자가 안티플로리겐을 코딩한다.
플로리겐은 식물 개화 조절의 핵심 요소로서 농업 및 원예 분야에서 작물의 개화 시기 조절, 품종 개량 등에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