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겐(florigen)은 식물의 개화를 유도하는 신호 물질로, 오랫동안 그 존재가 예측되어 왔던 가상의 호르몬이었다. 현재는 '개화 유전자 T'(Flowering Locus T, 약칭 FT)라는 단백질이 플로리겐의 실체임이 밝혀졌다.
개념 및 어원 플로리겐이라는 이름은 '꽃'을 의미하는 라틴어 'flor-'와 '생성하다'를 의미하는 접미사 '-gen'의 합성어이다. 이는 식물에서 꽃의 생성을 유도하는 물질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역사적 배경 및 발견 플로리겐의 개념은 20세기 초, 광주기(photoperiod)에 따른 식물의 개화 반응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에 의해 처음 제기되었다. 잎에서 빛 신호를 감지하여 개화를 촉진하는 미지의 물질이 잎에서 형성되어 생장점으로 이동한다는 가설이 세워졌으나, 그 실체가 무엇인지는 수십 년간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2007년에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 연구를 통해 FT 유전자의 산물인 FT 단백질이 플로리겐의 핵심 구성 요소임이 확인되면서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개화 연구의 난제가 해소되었다. FT 단백질은 보존된 기능적 특성을 가지며, 많은 식물 종에서 개화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작용 메커니즘 플로리겐(FT 단백질)은 주로 식물의 잎에서 광주기 조건에 따라 발현이 조절된다. 특정 광주기(예: 장일 식물에게는 긴 낮, 단일 식물에게는 짧은 낮)가 되면 잎에서 FT mRNA가 생성되고, 이를 통해 FT 단백질이 합성된다. 이 FT 단백질은 체관부(phloem)를 통해 식물의 생장점인 줄기 정단분열조(shoot apical meristem)로 이동한다. 정단분열조에 도달한 FT 단백질은 다른 단백질(예: FD 단백질)과 복합체를 형성하여 개화를 직접적으로 유도하는 유전자들(예: SOC1, AP1 등)의 발현을 활성화시켜 꽃눈 형성을 촉진한다.
의의 및 중요성 플로리겐의 발견은 식물의 개화 조절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는 식물이 외부 환경 신호(특히 빛)를 내부적으로 어떻게 번역하여 생식 발달을 시작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제공한다. 또한, 농업 분야에서 작물의 개화 시기를 조절하고 수확량을 증대시키거나, 특정 환경 조건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