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알리스(Francis Alÿs, 1959년 8월 22일 ~ )는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 태어나 멕시코시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현대미술가이다. 건축가로 훈련받았으나 1986년 직업을 접고 멕시코시티로 이주하여 예술 활동을 시작했다. 회화, 사진, 비디아, 퍼포먼스,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도시의 긴장과 지정학적 문제, 개인 행동과 무력감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생애
알리스는 1978년부터 1983년까지 투르네 건축연구소(Institut d'Architecture)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1986년까지 베네치아 건축대학교(Instituto Universitario di Architettura di Venezia)에서 수학했다. 1987년 벨기에 정부 주관 멕시코시티 지진 피해 복구 봉사 활동에 엔지니어로 참여하기 위해 멕시코에 도착했으며, 봉사 종료 후에도 그곳에 정착하여 예술가로서의 길을 걸었다.
작품 세계
알리스의 작업은 걷기(walking)를 핵심적인 예술 행위로 삼는다. 초기 퍼포먼스 《수집가(The Collector, 1991)》에서는 자석 장난감 개를 멕시코시티 거리에 끌고 다니며 금속 찌꺼기를 수집했다. 《동화(Fairy Tales, 1995)》에서는 스웨터를 풀며 걸어 뒤에 푸른 실타래를 남겼고, 《누수(The Leak, 1995)》에서는 구멍 뚫린 파란 페인트 캔을 들고 거리를 걸으며 선을 그렸다. 2004년에는 예루살렘에서 1948년 정전 국경선(그린 라인)을 따라 녹색 페인트를 흘리며 걷는 《그린 라인(The Green Line)》을 수행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 중 하나인 《실천의 역설 1(Paradox of Praxis 1, 1997)》에서는 커다란 얼음 덩어리를 멕시코시티 거리에서 9시간 동안 밀어 결국 물웅덩이로 사라지게 하는 행위를 기록했다. 이 작품은 "때로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Sometimes Making Something Leads to Nothing)"라는 부제로도 알려져 있다.
《신앙이 산을 움직일 때(When Faith Moves Mountains, 2002)》에서는 페루 리마 외곥의 모래언덕을 옮기기 위해 500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참가자들은 삽으로 모래를 퍼 나르는 퍼포먼스를 통해 거대한 모래언덕을 약 10센티미터 이동시켰다. 이 작품은 라틴아메리카의 식민지 정복, 이주, 도시 개발의 역사를 응축한 서사로 평가받는다.
1999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연작 《아이들의 놀이(Children's Games)》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멕시코, 유럽, 홍콩 등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기록한 비디오 시리즈로, 현재까지 약 50여 편이 제작되었다.
회화
알리스는 1990년대 초반부터 멕시코의 간판 화가(rotulistas)들과 협업하여 자신의 작은 그림을 확대·변형하는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의 복사본(The Liar, the Copy of the Liar, 1997)》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는 원작의 개념에 도전하고 예술의 상업적 가치를 해체하려는 시도였다. 《잠의 시간(Le temps du sommeil)》 연작(1996~)은 꿈같은 장면 속에서 작은 남녀 인물들이 기이한 의식을 수행하는 회화 시리즈이다.
파비올라 프로젝트
1994년부터 알리스는 4세기 로마 귀족 여성이자 성녀인 파비올라(Fabiola)의 초상화 복제품을 수집해 왔다. 장자크 에네(Jean-Jacques Henner)가 그린 원작을 아마추어 화가들이 모사한 그림들을 벼룩시장과 골동품 상점에서 수집한 이 프로젝트는 아이콘의 지위와 예술적 가치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주요 전시 및 수상
알리스는 베니스 비엔날레(1999, 2001, 2007, 2017, 2022), 카네기 인터내셔널(2004), 테이트 모던(2010), 시드니 비엔날레 등 주요 국제 전시에 참여했다.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벨기에관에서 《게임의 본질(The Nature of the Game)》을 선보였다. 수상 내역으로는 블루오렌지상(2004), 빈센트상(2008), EYE 아트 앤 필름상(2018), 롤프 쇼크 시각예술상(2020), 화이트채플 갤러리 아트 아이콘상(2020), 볼프강 한상(2023) 등이 있다.
영향과 평가
알리스는 블레이크 고프닉이 2011년 《뉴스위크》지에서 선정한 "오늘날 가장 중요한 예술가 10인" 중 한 명으로 지목되었다. 그의 작업은 정치와 시학, 개인적 행동과 무력감 사이의 긴장을 탐구하며, 일상적 행위를 통해 사회적·지정학적 담론을 시적 언어로 전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