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은 한국어에서 여러 의미로 사용되는 고유어 명사이다. 주요 의미는 크게 식물과 접착·풀칠용 물질의 두 가지로 구분되며, 그 밖에 동사 활용형과 외래어 차용 의미도 존재한다.
1. 식물(초본식물)
'풀'은 줄기가 연하고 물기가 많아 목질을 형성하지 않는 식물, 즉 초본식물(草本植物)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나무(목본식물)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한해살이풀, 두해살이풀, 여러해살이풀 등으로 나뉜다. 줄기에 목재를 형성하지 않는다는 점이 목본식물과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이며, 형성층의 유무와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목본식물보다 작지만, 바나나가 속하는 파초속 식물처럼 관목보다 크게 자라는 초본식물도 존재한다. 벼과의 초본식물 중 줄기 속이 비어 있고 딱딱한 잎을 가진 것은 특히 화본식물(grass)이라고 한다. '풀'에서 나는 재배 작물의 열매는 채소로 분류된다.
어원적으로는 《계림유사》(鷄林類事, 1103)에 이미 관련 표기가 확인되며, 한글 표기로는 《석보상절》(釋譜詳節, 1447)에 중세 한국어 '플〮'(Yale: phúl)로 처음 나타난다. '푸르다'와 같은 어원 계열로 추정되며, '풀'이라는 단어가 '푸르다(푸른 색)'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은 색채와 식물의 연관성을 보여 준다.
2. 접착·풀칠용 물질
'풀'은 쌀이나 밀가루 등에서 빼낸 녹말을 이용해 만든, 천이나 종이, 옷 등을 빳빳하게 만들거나 무엇을 붙일 때 쓰는 끈끈한 물질을 뜻한다. 한국어기초사전에 따르면 '풀을 먹이다', '풀을 바르다', '풀을 쑤다', '풀로 붙이다' 등의 표현으로 사용된다. 이 의미는 《구급방언해》(救急方諺解, 1466)에 중세 한국어 '플'로 처음 확인된다.
이와 관련된 관용구로는 다음이 있다.
- 풀(이) 서다: 풀을 먹여서 옷이나 가죽 등이 빳빳해지다.
- 풀(이) 죽다: 풀기가 빠져서 빳빳하지 않게 되다.
또한 '풀'은 세찬 기세나 활발한 기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쓰이며, '풀이 꺾이다'와 같은 표현에 나타난다.
3. 동사 활용형
'풀'은 동사 '푸다'와 '풀다'의 미래 관형사형으로도 쓰인다. 이 경우 단독 명사가 아닌 문법적 활용형에 해당한다.
4. 외래어 차용
'풀'은 영어 'pool'에서 차용된 의미로, 수영장(풀장) 또는 당구대(당구 풀) 등을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된다. 이 경우 표준 한국어 명사로서의 '풀'과는 별개의 차용어적 용법이다.
이상과 같이 '풀'은 식물, 접착 물질, 동사 활용형, 외래어 차용 등 다양한 의미 영역을 지닌 한국어의 대표적인 다의어이다. 각 의미는 문맥에 따라 명확히 구분되어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