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사회과학모델(Standard Social Science Model, 이하 SSSM)은 진화심리학자인 존 토비(John Tooby)와 레다 코스미데스(Leda Cosmides)가 1992년 편저 《적응된 마음》(The Adapted Mind)에서 처음 소개한 용어로, 20세기 사회과학 전반에 걸쳐 지배적인 이론적 패러다임으로 기능했다고 그들이 주장하는 전통적 인간관의 집합을 가리킨다. 줄여서 SSSM으로 표기한다.
개념의 기원
SSSM이라는 용어는 토비와 코스미데스가 사회과학 내에서 널리 퍼져 있다고 본 철학적 입장—백지설(tabula rasa), 상대주의, 사회구성주의, 문화결정론—을 하나의 틀로 묶어 지칭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이들은 SSSM이 20세기 사회과학 발전 과정에서 지배적인 이론 패러다임을 형성했다고 주장한다. SSSM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일반 목적의 인지 장치(general-purpose cognitive device)로서 거의 전적으로 문화에 의해 형성된다.
핵심 전제
SSSM의 기본적인 전제는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된다.
- 인간은 생물학의 법칙에서 벗어난 존재다. 즉 인간의 행동은 생물학적 원리로 설명할 수 없는 유일한 종족이라는 관점이다.
- 인체의 진화는 목 아래에서 멈추었다. 신체적 특징은 진화와 자연선택의 결과라는 점을 인정하지만, 진화가 인간의 두뇌와 정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본다.
- 인간의 본성은 빈 서판(白紙)이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만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본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 인간의 행동은 거의 전적으로 환경과 사회화의 산물이다. 성차를 포함한 모든 행동 방식은 후천적 학습과 문화적 맥락을 통해 결정된다.
통합 모델(IM)과의 비교
토비와 코스미데스는 SSSM을 대체할 대안으로 통합 모델(Integrated Model, IM) 또는 통합 인과 모델(Integrated Causal Model, ICM)을 제안했다. 그들이 제시한 두 모델의 비교는 다음과 같다.
| 영역 | 표준사회과학모델(SSSM) | 통합모델(IM) |
|---|---|---|
| 인간 본성 | 백지 상태로 태어남 | 정서적, 동기적, 인지적 적응의 집합을 갖고 태어남 |
| 뇌 | 일반 목적 컴퓨터 | 모듈별 도메인 특화 프로세서의 집합 |
| 행동 결정 요인 | 문화/사회화가 행동을 프로그래밍 | 진화된 심리 기제와 문화·환경 간 상호작용의 결과 |
| 문화 | 문화는 어떤 방향으로든 자유롭게 특성을 변화시킴 | 문화 자체가 보편적 인간 본성에 기반하며 이에 의해 제약받음 |
| 생물학의 역할 | 행동 이해에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음 | 선천과 후천 간 상호작용 분석이 행동 이해에 중요 |
비판과 논쟁
SSSM이라는 개념은 학계에서 상당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첫째, SSSM이 과장된 논증 대상( straw man)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리처드슨(Richardson, 2007)은 토비와 코스미데스가 SSSM과 ICM 사이에 명백히 수용 불가능한 이분법을 제시했다고 지적한다. 월리스(Wallace, 2010) 또한 SSSM이 허위 이분법(false dichotomy)이라고 보았다.
둘째, 역사적 정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제프리 샘슨(Geoffrey Sampson)은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가 SSSM이 1920년대 이후 사회과학의 지배적 패러다임이었다고 주장한 것은 "전적으로 지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닐 레비(Neil Levy) 역시 "스키너와 그의 추종자들조차도 핑커가 말하는 백지 상태를 믿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셋째, 힐러리 로즈(Hilary Rose, 2001)는 토비와 코스미데스가 경제학과 정치학을 SSSM 모델에서 임의로 배제한 점을 비판하며, 이는 "생명과학에 대한 설명에서 생리학과 생화학을 제외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영향과 의의
SSSM은 진화심리학이 자신들의 접근법을 기존 사회과학과 차별화하기 위해 설정한 이론적 대비 대상으로 기능해 왔다. 스티븐 핑커는 《빈 서판》(The Blank Slate, 2002)에서 존 B. 왓슨, 마거릿 미드, 프란츠 보아스, B.F. 스키너, 스티븐 제이 굴드 등을 SSSM의 대표적 지지자로 열거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 및 SSSM 개념 자체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양한 비판이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SSSM은 진화심리학 진영이 기존 사회과학의 전통을 비판하고 자신들의 통합적 접근법을 정당화하기 위해 구성한 이상형적(ideal-typical)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실제 역사적·학문적 현실을 완전히 반영하는지에 대해서는 학계 내에서 이견이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