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기는 평화를 요구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깃발을 통칭하는 용어로, 특정 조직이나 단체를 대표하거나 귀속을 나타내지 않는다. 단일한 디자인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다양한 역사적 배경과 맥락에서 여러 형태의 평화기가 제작·사용되어 왔다.
역사 및 주요 디자인
평화의 기 개념은 19세기 후반부터 국제 평화 운동과 함께 발전하였다. 1891년 로마에서 열린 제3차 만국 평화 회의(Universal Peace Congress)에서는 각국의 국기에 흰색 테두리를 두른 형태의 평화기를 고안하였으며, 이는 미국 평화 협회(American Peace Society) 등에서 사용되었다. 1890년대에는 미국 출신의 코라 슬로컴 디 브라차(Cora Slocomb di Brazza)가 노랑·보라·흰색의 세로 삼색기 형태의 만국 평화기를 발명하였고, 이는 국제 평화 사무국(International Peace Bureau)의 평화기로 채택되었다.
1913년과 1929년에는 미국 오하이오주의 감리교 목사 제임스 윌리엄 밴 커크(James William van Kirk)가 무지개 줄무늬와 별, 지구 문양이 포함된 세계 평화기를 제작하여 유럽 평화 순회 여행을 하였다.
무지개 평화기 (Rainbow Peace Flag)
현대에 가장 널리 알려진 평화기의 디자인은 7색 무지개색 수평 띠에 이탈리아어로 "평화"를 의미하는 PACE라는 글자가 흰색으로 중앙에 표시된 형태이다. 이 깃발은 1961년 9월 24일 이탈리아의 평화주의 철학자 알도 카피티니(Aldo Capitini, 1899~1968)가 조직한 페루자(Perugia)에서 아시시(Assisi)까지의 첫 번째 평화 행진(Peace March)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당시 깃발은 영국의 평화 행진에서 사용된 다색 깃발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으며, 이전 버전에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가 그린 비둘기 문양이 포함되기도 하였다.
이 무지개 평화기는 2002년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이탈리아의 시민 캠페인 "Pace da tutti i balconi"(모든 발코니에서 평화를)를 통해 폭발적으로 확산되었으며, 이후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사용되었다. 이 캠페인 당시 깃발 수요는 수백만 장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디자인은 1979년 제정된 6색 무지개 LGBT 자부심 깃발(무지개색 순서와 구성이 다름)과 모양이 유사하여 이탈리아 LGBT 커뮤니티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기타 디자인
1935년에는 러시아의 화가 니콜라스 뢰리히(Nicholas Roerich)가 제안한 평화의 깃발(Banner of Peace)이 뢰리히 조약(Roerich Pact)을 통해 문화재 보호를 위한 국제적 상징으로 채택되었다. 이 외에도 유엔기(UN Flag)는 직접적으로 평화의 기로 명시되지는 않지만, 유엔의 국제 평화 유지 목적과 관련하여 평화의 상징성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의의
평화의 기는 전쟁 반대, 비폭력, 화합, 평화를 상징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깃발들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특정 국가나 조직에 귀속되지 않으며, 누구나 평화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 평화 행진, 반전 시위, 평화 기념일 등 다양한 장면에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