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신(pepsin)은 단백질을 더 작은 펩타이드와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는 펩타이드내부가수분해효소(단백질 분해 효소)이다. 인간과 많은 동물의 소화계에 존재하는 주요 소화 효소 중 하나로, 음식 속 단백질의 소화를 담당한다. 활성 부위에 촉매 역할을 하는 아스파르트산을 사용하는 아스파르트산 프로테아제에 속한다.
1836년 독일의 생리학자 테오도어 슈반(Theodor Schwann)이 발견하였으며, 효소 중에서 최초로 명명된 사례이다. 명칭은 그리스어로 '소화'를 의미하는 πέψις(pepsis)에서 유래하였다. 1928년 존 하워드 노스럽(John Howard Northrop)이 결정화에 성공하여 최초로 결정화된 효소 중 하나가 되었다.
펩신은 비활성 상태인 전구효소(지모겐)인 펩시노겐(pepsinogen)의 형태로 위벽의 주세포(chief cell)에서 분비된다. 위벽의 벽세포(parietal cell)에서 분비되는 염산(HCl)에 의해 산성 환경(pH 1.5~2.5)이 조성되면, 펩시노겐이 자가 촉매 방식으로 활성화되어 펩신이 된다. 펩신은 다시 더 많은 펩시노겐을 활성화시키는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펩신은 pH 1.5에서 2.5 사이의 강한 산성 환경에서 가장 활발하게 작용하며, pH 6.5 이상에서는 비활성화되나 pH 8.0 이하에서는 완전히 변성되지 않아 재산성화 시 재활성화될 수 있다.
펩신은 광범위한 절단 특이성을 가지나, 페닐알라닌, 류신, 메티오닌, 트립토판, 티로신과 같은 소수성 아미노산 근처의 펩타이드 결합을 절단하는 경향이 있다. 소화 과정에서 트립신 및 카이모트립신과 협력하여 식이 단백질을 작은 펩타이드와 아미노산으로 분해한다.
상업용 펩신은 주로 돼지 위의 선층에서 추출되며, 여러 산업 분야에서 활용된다. 치즈 제조 과정에서 우유를 응고시키는 레닛의 구성 성분으로 사용되며, 가죽 산업에서 털과 잔여 조직 제거, 폐사진 필름에서 은 회수, 식품 가공에서 단백질 가수분해물 제조 등에 사용된다. 생명공학에서는 항체로부터 F(ab')₂ 파편을 준비하는 데 흔히 사용된다.
의학적으로 펩신은 인후두 역류(laryngopharyngeal reflux) 질환의 주요 원인 물질 중 하나로 지목된다. 위산 역류 시 후두 점막에 남은 펩신은 중성 pH 환경에서 비활성 상태이나 완전히 변성되지 않아, 이후 산 역류 시 재활성화되어 조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타액 내 펩신 존재를 확인하는 펩테스트(Peptest)라는 비침습적 진단법이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다.
펩신의 활성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물질로는 펩스타틴(pepstatine)이 있으며, 이는 산성 프로테아제에 특이적인 강력한 저해제이다. 위궤양 치료제인 수크랄페이트(sucralfate)도 펩신 활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