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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즈 (모자)

페즈(튀르키예어: fes, 아랍어: طربوش 타르부시)는 펠트 재질로 만든 짧은 원통형의 챙 없는 모자이다. 일반적으로 붉은색이며 상단에 검은색 술이 달려 있다. 아랍어권에서는 타르부시(tarboosh/tarboush)라고도 부른다.

명칭의 유래

"페즈"라는 이름은 모로코의 도시 페스(Fez)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도시에서 모자를 붉게 염색하는 데 사용되는 크림슨 베리 염료가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모자의 정확한 기원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이견이 있으며, 고대 그리스, 튀니지, 모로코, 튀르키예 등 여러 지역을 기원으로 보는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형태와 특징

페즈는 양동이를 엎어놓은 듯한 형태의 챙 없는 원통형 모자로, 본래 빨간색 펠트 재질에 검은색 술이 달려 있다. 챙이 없기 때문에 이슬람 신자들이 예배 시 이마를 땅에 대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실용적 장점이 있었다.

역사

페즈의 현대적 유행은 오스만 제국 시기에 기인한다. 1826년 오스만 제국의 술탄 마흐무트 2세가 예니체리 군단을 해산하고 군대 개혁을 단행하면서, 서구식 제복의 일부로 페즈를 도입하였다. 1827년에는 튀니지에서 5만 개의 페즈를 군용으로 주문하였고, 1829년에는 모든 민간 및 종교 관리들에게 페즈 착용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발표하였다. 이는 신분과 종교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터번을 착용하던 기존 관행을 대체하여, 제국 내 모든 성년 남성에게 공통된 복장을 적용하려는 평등주의적 근대화 개혁의 일환이었다.

터번 대신 페즈를 도입한 조치는 오스만 제국 전역에 급속히 확산되었으며, 이후 이란 등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법령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1925년,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근대화 개혁의 일환으로 튀르키예 공화국에서 페즈가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당시 정부는 페즈를 오스만 제국의 구시대적 상징으로 간주하고 서구식 모자로 대체하고자 하였다. 이후 이집트에서도 1958년 가말 압델 나세르 정권에 의해 페즈가 금지되었다.

군사적 사용

페즈는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오스만 투르크 군대의 표준 군모로 사용되었다. 또한 프랑스의 주아브 부대, 이탈리아 식민지 군대, 영국의 왕립 아프리카 소총병 등 여러 식민지 군대에서 현지인 병사들의 제식 모자로 널리 채택되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보스니아 보병 연대, 그리스의 에브조네스 경보병 연대 등도 페즈를 착용하였다.

현대적 용도

현재 페즈는 모로코에서 여전히 왕실 복장의 일부로 착용되며, 일부 아랍 국가에서도 전통 모자로 사용되고 있다. 남아시아(파키스탄, 인도 하이데라바드 등), 동남아시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의 무슬림 공동체에서도 착용이 이어지고 있다. 서구권에서는 슈라이너스(Shriners) 등 여러 형제단체의 상징 모자로 채택되어 사용되었다. 또한 영국의 코미디언 토미 쿠퍼, 영국 팝 그룹 매드니스(Madness), BBC 드라마 《닥터 후》 등의 대중문화 작품에서도 페즈가 등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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