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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페스트(독일어: Pest, 영어: Plague)는 그람 음성 세균인 페스트균(Yersinia pestis)에 의해 발병하는 급성 발열성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주로 설치류에 기생하는 벼룩을 매개로 전파되며, 인류 역사상 세 차례의 대규모 범유행을 일으킨 치명적인 질환이다.

어원 "페스트"는 독일어 "Pest"에서 유래하였으며, 영어 "plague"(플레이그)와 동의어로 사용된다. 한국어에서는 "흑사병"(黑死病)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피부가 검게 변하는 패혈성 페스트의 증상에서 비롯된 명칭이다.

병원체 페스트균(Yersinia pestis)은 엔테로박테리아과(Enterobacteriaceae)에 속하는 그람 음성 간균이다. 1894년 홍콩에서 프랑스의 알렉산드르 예르신(Alexandre Yersin)이 최초로 분리하였으며, 그의 이름을 따 속명이 명명되었다.

전파 경로

  • 매개 전파: 감염된 쥐벼룩(주로 Xenopsylla cheopis)이 사람을 흡혈할 때 페스트균이 전파된다. 벼룩의 소화관에서 증식한 균이 벼룩의 식도를 막아, 흡혈한 피를 토해내면서 상처를 통해 균이 침입한다.
  • 직접 접촉: 감염된 동물의 조직이나 체액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
  • 비말 전파: 폐페스트 환자의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공기 중 비말로 전파되며, 이 경로는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하다.

임상 유형

  1. 선페스트(림프절형 페스트): 가장 흔한 유형이다. 잠복기는 2~6일이며, 오한, 고열(최대 41°C), 두통이 갑자기 나타난 후 벼룩에 물린 부위 근처 림프절(주로 서혜부, 겨드랑이)이 부어오르고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가래톳(bubo)'이 형성된다.
  2. 패혈성 페스트: 림프절 종대 없이 발병하며, 페스트균이 혈류로 직접 침입하여 전신 감염을 일으킨다. 오심,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며, 파종성 혈관 내 응고(DIC)로 인해 피부와 사지에 출혈성 괴사가 발생할 수 있다.
  3. 폐페스트(폐렴형 페스트): 가장 치명적인 유형으로 잠복기는 2~4일이다. 고열, 기침, 객혈, 호흡곤란이 급속히 진행되며, 치료하지 않을 경우 치사율이 100%에 달한다.
  4. 인두페스트, 수막페스트: 드문 유형으로 각각 편도염 및 뇌수막염 양상으로 발현된다.

진단 혈액, 가래, 림프절 흡인물 등에서 페스트균을 분리·동정하거나, 중합효소 연쇄반응(PCR)을 통해 균의 유전자를 검출하여 진단한다.

치료 조기 발견 시 항생제 치료가 효과적이다. 스트렙토마이신, 겐타마이신이 일차 선택약이며, 독시사이클린, 시프로플록사신, 레보플록사신 등도 사용된다. 치료 기간은 일반적으로 10일 또는 해열 후 최소 3일간 지속한다. 치료하지 않을 경우 치사율은 50% 이상이며, 선페스트의 경우 조기 치료 시 치사율이 5~10%로 감소한다.

역사 페스트는 인류 역사상 세 차례의 대규모 범유행을 일으켰다.

  • 제1차 범유행(유스티니아누스 페스트, 541~750년): 이집트에서 시작되어 지중해 세계로 확산되었으며, 2,500만~5,0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 제2차 범유행(1345~1840년): 중앙아시아에서 시작되어 유럽 전역으로 퍼졌으며, 14세기 중반의 흑사병(Black Death)이 이에 해당한다. 약 4년간 유럽 인구의 약 3분의 1(약 2,5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막스플랑크 연구진의 DNA 분석 결과, 흑사병의 기원이 키르기스스탄의 이식쿨 호수 인근 실크로드 무역로였음이 밝혀졌다.
  • 제3차 범유행(1866~1960년대): 중국 윈난성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확산되었으며, 인도와 중국에서만 1,2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현황 현대에는 항생제 개발로 치료가 가능해졌으나, 아프리카(특히 콩고 민주 공화국, 마다가스카르), 아시아, 남미 일부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페스트를 콜레라, 황열과 함께 검역 대상 전염병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에서는 제1급 법정감염병으로 분류된다. 생물테러 잠재 물질로도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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