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프 드릴(Pump drill)은 막대(방추 또는 축)에 빠른 회전 동작을 부여하는 데 사용되는 간단한 수동 장치이다. 불을 피우거나 다양한 재료에 구멍을 뚫는 드릴로 사용할 수 있다.
펌프 드릴의 구조는 다음과 같은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드릴 샤프트, 중앙에 구멍이 뚫린 좁은 판(누름판), 플라이휠(flywheel) 역할을 하는 추(보통 무거운 디스크), 그리고 일정한 길이의 끈(코드)이다. 추는 샤프트 하단 근처에 부착되며, 구멍이 뚫린 판은 샤프트 상단에 끼워져 위아래로 미끄러질 수 있게 된다. 끈은 샤프트 상단 근처에 뚫린 구멍 또는 홈을 통과하여 누름판의 양쪽 끝에 연결된다. 끈의 길이는 누름판이 가장 낮은 위치에 내려왔을 때 추 바로 위에 놓이도록 조정된다.
샤프트의 끝부분에는 실제 드릴링을 수행하는 단단한 비트(bit)를 고정할 수 있는 홈 또는 구멍이 있다. 목재를 가공할 경우, 오거 비트(나선형 날) 또는 어느 방향으로 회전해도 절단이 가능한 단순한 삼각형 날이 사용될 수 있다.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다. 먼저 손으로 샤프트를 회전시켜 끈이 샤프트 상단부에 최대한 감기도록 하고, 누름판이 가장 높은 위치에 오게 한다. 그 후 누름판에 부드러운 하향 압력을 가하면 샤프트가 빠르게 회전한다. 누름판이 바닥에 도달하면 압력을 완화한다. 이때 추(플라이휠)의 관성에 의해 샤프트가 계속 회전하면서 끈이 샤프트 주위에 반대 방향으로 다시 감기고, 이 과정에서 누름판이 다시 원래 위치로 올라간다. 이후 동일한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지속적인 회전 운동을 얻을 수 있다.
펌프 드릴과 유사한 원리의 장치로는 활비비(bow drill) 및 핸드 드릴(hand drill)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끈과 회전축을 이용해 수직 왕복 운동을 회전 운동으로 변환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펌프 드릴은 고대부터 세계 각지에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 원주민이 터키옥(터쿼이즈) 같은 보석 재료에 구멍을 뚫는 데 사용한 사례가 기록으로 남아 있다. 현대에는 전동 공구의 보급으로 실용적 용도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원시 기술(primitive technology) 재현이나 전통 수공예 분야에서 그 원리가 계속 연구·활용되고 있다.